전편과 달리 이 외전은 본편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다음도 외전인데 역시 관련되어있습니다.
2015. 12. 20 수정
꽤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처럼 늙어서 젊음이 사라진 대신에 깊은 사려와 품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전화 너머로 집에 왔으면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전철의 시간을 조사했다.
오래된 벨을 강하게 누르고 스즈하가 대답하는 것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녀의 목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스즈?"
시험삼아 미닫이에 손을 대보니 의외로 시원스럽게 문은 옆으로 미끄러졌다. 상당히 부주의하다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걸었던 길의 모습을 생각해 내니 그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길가에서 태평하게 낙서 하는 장소다. 레지스탕스에 소속되어 SERN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서 싸워온 반동으로 지금은 마음이 느슨해졌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마흔 셋이나 되어서도 매일 엄격한 삶을 살 필요도 없다.
"스즈하, 있어?"
소리를 내지 않으며 한 걸음씩 집안으로 나아간다. 스즈하는 바로 발견되었다.
새액, 새액같은 얕은 호흡을 반복하며, 스즈하는 이불 위에서 자고 있었다. 머리맡에는 약과 일인용의 작은 냄비, 주전자, 컵이 놓인 쟁반과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방 구석에는 빨래가 접혀 놓여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한 건지 모양이 약간 비뚤어져 있었다. 그 이외의 것은 대부분 놓여있지 않았다.
조용한, 어디까지나 조용한 방이었다. 스즈하의 기색조차 희미해 그 방만이 세계로부터 떨어져 푹신푹신 어딘가에 떠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왜 스즈하가 자신을 여기로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살그머니 스즈하에게 다가가, 그녀가 깨지 않게 조금 떨어진 장소에 앉았다. 어이 너, 나와 동갑일텐데 어째서 그렇게 야윈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가만히 그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응?"
기색을 눈치 챈 걸까, 스즈하는 눈을 깜빡이며 얼굴을 조금 옆으로 기울였다. 시선이 겹치자 나는 애매하게 미소짓는다. 스즈하는 잠시 나를 보고 있었지만 바로 그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미소의 질은 젊을 적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오랜만, 오카베 린타로. ……오카다 타로, 쪽이 나을까나"
"아니, 전자로 부탁한다. 다행히 밖에 아무도 없으니까"
"아하하, 그렇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스즈하에게 다가가서, 그 등에 손을 올린다. 스즈하의 몸은 생각보다 가늘고 허약했다.
"설마 내가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자고 전화했나"
"응. 이제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
시원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진 말에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안긴 채 일으켜졌기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스즈하의 입에서부터, 미안해, 라는 사과의 말이 샌다.
"뭘 사과하는 거야"
"너 혼자 남겨지게 되는 걸"
"잘난 척 마라. 내게도 내가 쌓아온 삶과 인간 관계가 있다. 네가 죽어도 혼자가 되진 않아"
"아하하, 그것도 그런가. 조금 안심했어"
스즈하는 가늘고 야윈 손을 뻗어, 내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옛날 그녀의 용감함을 생각하니 그 힘이 없음에 무심코 울어버릴 것 같았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던 것이다.
"오카베 린타로"
"뭐야"
"고마워"
"왜 그래, 갑자기"
"나, 자살이 아니었어"
스즈하는 조금 웃으며,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어 간다. 턱, 뺨, 눈썹, 눈꺼풀 위. 모습을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그녀는 손가락을 미끄러트린다. 간지러웠지만 그녀의 좋아하는대로 두기로 했다.
"네가 함께 와줘서 난 자살이 아니게 되었어. 기억을 잃었으나 되찾을 수가 있었어. IBN5100도 손에 들어 왔고. 그래서 그 때 네게 말을 걸어 함께 가자고 해서 다행이라고"
"감사는 이 쪽이 해야할 거야"
그 이틀 간의 루프를 반복해 닳아서 다 죽어가던 마음을 구해 준 것은, 분명 스즈하였다. 스즈하가가 있었기에 나는 그 때 죽지 않고 끝난 것이다.
"고마워. 나를, 그 때 구해 줘서"
"……뭐야, 오카베 린타로 답지 않은데"
"나이를 먹으면 성격도 달라져"
"그런가, 내가 아직도 네 본질을 파악하지 않았던 것 뿐인가"
스즈하는 탁 팔을 내니고 축 늘어져 나에게 몸을 맡긴다. 누울거냐고 얘기하자 스즈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원래대로 두니 그녀는 안심했는지, 후우하고 숨을 흘렸다.
"고마워. 너와 이야기하니 기분이 좋아졌어"
"그런가? 좋았다면 다음에 또 문병 오지"
"으으응, 이제 오지 않는 것이 좋아"
"어째서?"
"네게 말 안했지? 텐노지 유고가 여기에 하숙하고 있다는 거"
그 이름을 듣고 그렇군이라고 생각해 낸다. 확실히 스즈하, …… 하시다 스즈에게 젊은 무렵에 신세를 졌다고 미스터 브라운은 말했다. ――스즈하가 자살했을 때는 자신이 첫 발견자였다고도.
"내가 병이 나자 신변을 돌봐 주고 있어. 만나면 거북할테니"
"그건 확실히 그렇네"
"그러니까 이제 오지 않아도 돼. 장례식에도. 돈 없으니 안 할지도 모르는걸"
"상당히 남의 일인 양 말하는구나"
"그렇네. 확실히 실감나지 않아서일지도"
스즈하가 한 쪽 팔을 움직여 무심코 내 옷 소매를 준다. 나는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주었다. 스즈하는 나의 손가락을 애잔하게 잡고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옛날, 스즈하가 기억을 잃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엔 이렇게 해 자주 손을 잡아 주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는 나 이외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오카베 린타로"
"왜? 무슨 일이야?"
내가 되묻자 스즈하는 나와 이어지지 않은 쪽의 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가렸다.
"……나는, 사명을 완수했을까"
툭하고, 방금 전까지의 가벼운 이야기에서 돌변해, 그 말은 아주 작은 소리로 스즈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은 훌륭한 인간이었을까"
가린 손 아래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 소리도 없이 베개에 빨려들어갔다. 나는 그 손을 꽉하고 강하게 잡았다. 조금 아플 정도로, 붙잡았다.
"아아, 물론이야"
"……그런가"
"내가 네 아버지라면 잘 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걸"
"아하. 싫다, 네가 아버지라니"
스즈하는 코를 훌쩍거리고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마,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듣길 원했다고 생각해"
"누군가에게는 아니겠지. 네가 스스로의 의지로 타임 트래블을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을 알면서 살아 있는 인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응. 그렇네……. 나는 오카베 린타로가 그렇게 말해주길 원했어"
스즈하는 천천히 손에서 힘을 뺐다. 이에 따라 나도 스즈하에게서 손을 떼어 놓는다.
"이제 슬슬 텐노지 유고가 올 시간이야"
"그런가, 그럼 일어나야지"
"아무 상관도 없잖아"
"……너가 말하니 위화감이 생기는데"
"뭐야아. 나도 25년이나 이 시대에 살았으니까, 상식 정도는 익혀지더라"
쿡쿡하고 스즈하가 웃는다. 내 허벅지를 치며 돌아가라고 재촉하기에, 마지못하며 거기에 따랐다.
"타이밍을 가늠해서 또 올게"
"이제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싫어, 넌 의외로 외로움을 잘 타잖아. 변장이라도 해서 미스터 브라운이 눈치채지 못하게 올거다"
"정말이지 너도 엄청 의견을 양보하지 않는구나"
"피차일반이잖아"
일어서서 스즈하를 내려다 보니 그 몸이 한층 더 작고, 믿음직스럽지 않게 보였다.
"또 보자, 스즈하"
"응, 다음에 또 보자"
천천히 그 방을 뒤로 한다. 한 번 뒤돌아 보니 스즈하는 이쪽을 보지 않고, 왔을 때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자고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손님이십니까?"
현관을 나왔더니 말을 건네받아 멈춰 선다. 젊은 남자가 가볍게 한 쪽 팔로 어린 아이를 안고 거기에 서 있었다. 옆에 있는 흰 트럭에는 본 기억이 있다.
"네, 그렇지만 이제 볼일은 끝났으니"
"스즈 씨와 아는 분이십니까?"
"뭐, 그렇습니다. ……그럼"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니, 저, 하고 말을 들어 다리를 멈췄다.
"괜찮으시다면 또 와 주세요. 스즈 씨에겐 그다지 아는 사람도 없고……. 저만이 말동무라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왠지 상당히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연대로 치면 미래가 되지만 스즈하에게 고함치는 모습을 자주 보았던 탓인지 이렇게 스즈하에게 머리를 들지 못하는 그를 보면 왠지 이상해서 무심코 미소가 흘러넘친다.
"아아, 그렇게 하죠"
그렇게 대답만 하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미래의 미스터 브라운, 머지않아 만납시다, 마음 속에서만 말했다
스즈하는 그리고 몇 일후에 죽었다. 결국, 두 번 다시 만나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을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나에게 또 만나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임종을 깨달았기에, 그녀는 나를 만나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알 수 없는 끝이 되었다.
그녀의 사후에 몇 개의 유품이 보내져 왔다. 그 중 하나에 다이버젠스 미터가 있었다. 그녀가 2036년에서 왔다고 하는 증거와 같은 그것은 스즈하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새긴 서투른 자국이있다. 그것과 편지가 한 통.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쓴 건지 필적은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나중에 다이버젠스 미터가 미래의 크리스에게 닿게끔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당분간 수중에 두기로 선택했다. 조금만 더, 스즈하가 확실히 이 시대에 있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함께 타임 트래블을 해온 파트너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단지, 그것이 슬펐다.
***
그리고 몇년후 내게, 어느 미국의 대학에서 유치 소식이 온다. 당분간은 너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설득당해 아무래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니.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은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 대학의 이름을 듣고 생각해낸 것은 타임 트래블을 한 날, 편지만을 남기고 떠나려고 한 내 곁에 다가 온 너의 일이었다.
――만약, 만약말야.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어줘
――분명 꼬여있어서,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 보는 것으로 됐다. 한 번 보고, 그렇게 만족할 생각이었다. 결국 나는 단지 외로웠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을 만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미국 땅에서 웅크리고 우는 너의 모습을 찾아낸다. 소리를 죽여 어깨를 떨며, 문 너머로 들려 오는 모멸의 말에 상처를 입은 너의 작은 등을 찾아낸다.
"……왜 울고 있는 건가"
그 몸을 주위로부터 숨기기 위해 나는 팔이 걸쳐 있던 자신의 백의를 펼쳐 네게 덮어 준다. 푹하고 작은 몸이 가려진다. 갑작스러운 일로 놀란 네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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