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장에게 이끌리면서


그들은 통로로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통로를 금속제의 문이 막고 있었지만, 부대장이 단말기를 조작하자 열렸다.


그 문 너머에는 또 사무실과 같은 층이-――



남자 (굉장히 넓은 시설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에게, 부대장이 물어왔다.



부대장「대장의 퍼스널리티와 현황, 어느 쪽을 먼저 알고 싶습니까?」


남자「아, 아…… 퍼스널리티부터 부탁할게」


부대장「알았습니다. 우선 대장의 이름 말입니다만――」











부대장「『카사사기 와타세(笠鷺 渡瀬)』 라고 합니다」


와타세「카사사기 와타세…… 그게 내 이름인가」



남자는――아니『와타세』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기묘한 기분으로 듣고있었다.


부대장「나이는 32세, 독신」


부대장「로쿠메이시(鹿鳴市消防) 소방국, 특별 고도 구조대『시리우스』 소속의 이른바 인명 구조대원. 계급은 소방 지령보」


부대장「그리고 우리 대의 대장. 즉, 직속 상사가 됩니다」


부대장「지금까지 뭔가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있습니까?」


와타세「아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부대장「그렇습니까……」


와타세「그런데…… 너희들의 이름은?」











카자미「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타치바나 카자미(橘 風見)』 소방 대원장」


카자미「당신 아래에서 부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와타세는 그 정보를 기억에 새겼다.











와타세 (타치바나 카자미――부대장인가. 냉정하고 침착한 느낌의 사람이구나……)



카자미라고 자칭한 여자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엄격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와타세「그러니까, 카자미 씨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카자미「……」


카자미「아니요, 타치바나라고 불러주세요. 경칭 등은 불필요합니다」



와타세가 수긍하자 또 1명의 대원이 말했다.











준「그리고, 내가『모리베 준(守部 洵)』 소방 대원, 20세! 올해 갓 들어온 신인 대원!」


준「이명은『시리우스의 여자 특공대장』! 캐치프레이즈는「한(漢)이라고 쓰로 준(洵)이라고 읽는다』[각주:1]!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 여자 대원은 카자미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와타세 (모리베 준――평대원인가. 이 쪽은 쓸데없이 건강한 아이구나)



무섭거나 승기[각주:2]같은 건 없지만 밝고 상냥한 것 같기도 하다.


한층 나이 차이가 나는 상사와 부하일테지만 상하 관계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카자미「어조가 무례한 것은 모쪼록 양해해주세요…… 몇 번을 말해도 시정되지 않습니다」


준「나도 평상시엔 조심하고는 있는데 말이야, 현장에 나오면 그만, 성미도 어조도 거칠어져서 말이지」


와타세「아아, 그닥 신경쓰지 않아. 오히려 친근하네」


준「만세, 오늘의 대장과는 말이 잘 통하네!」


와타세 (뭐, 그에 걸맞게 유능한 것 같고)



이 상황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 정신 쪽도 상당히 강한 것 같다.


와타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또 1명의 소녀에게 묻는다.



와타세「그래서, 그쪽 아가씨의 이름은?」


소녀「?!」



와타세가 묻는 순간, 소녀는 준의 그늘에 숨어버렸다.



준「어라라 대장, 엄청 미움 받았나봐」


준「그럼 아가씨, 내게 이름을 가르쳐줘?」


소녀「……」


소녀「…… 리」


준「에?」











유우리「『유우리』」



소녀는 성을 말하지 않고, 이름만을 말했다.



준「유우리인가. 귀여운 이름이구나, 잘 부탁해!」



유우리――그 이름이 남자의 머리에 걸렸다.



와타세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하지만 와타세가 그 얼굴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어도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는다.


와타세는 포기하고 카자미에게 말했다.



와타세「그럼 자기 소개도 끝난 것 같으니…… 이번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 줄래?」


카자미「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이 시설에 대해입니다만――」



카자미는 그렇게 서론을 띄우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카자미「여기는 로쿠메이시라는 도시 교외에 있는 원자력 연구소 안입니다」


와타세「원자력 연구소라고 하면……」


카자미「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요컨데 원자력에 관한 각종 연구를 하는 시설 같습니다」


카자미「시설 이름은『원자력 생물학 기구 제 6연구소』――통칭『랩[각주:3]』」











카자미「지상 2층, 지하 2층의 건물로, 지하에 연구용『원자로』가 있었습니다」


카자미「그리고 오늘――2030년 9월 16일, 오전 6시 19분」


카자미「그 지하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카자미「동시에 여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하여 시설의 제어 시스템 일부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카자미「이대로는 원자로의 냉각 기능에도 문제가 미칠 우려가 있고 멜트 다운의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카자미「그쪽의 재해 대책 훈련도 맡고 있는 우리 시리우스에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카자미「…… 그리고 6시 26분, 우리는 현장에 도착. 요구조자의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와타세는 자신의 팔에 끼워진 시계를 보았다.


튼튼할 것 같은 디지털 시계의 디스플레이는『09:27』을 나타내고 있다.



와타세「대략 3시간 전인가……」


카자미「현장에 돌입한 것은 각각 5명으로 구성된 A와 B의 두 팀. 우리는 A팀입니다」


카자미「대장은 지상 1층에 전선기지를 설치하고 거기에서 A팀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카자미「A팀은 나와 모리베, 거기에 도지마와 히야마라는 대원으로 구성되었고 2명 2조로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카자미「그러나 그 뒤…… 도지마·히야마조와의 무선 연락이 단절. 이어 대장과의 연락도 단절되었습니다」


카자미「이것이 6시 35분 무렵의 일입니다」


와타세「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카자미「이 때 대장 일행은 지하로 내려간 걸지도 모릅니다」


카자미「지하는 전파 상태가 나쁘고 무선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으므로」


와타세「그런가…… 하지만 어째서 우리들은 지하로 내려간 걸까」


카자미「요구조자의 수색을 위해, 라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자미「랩 관계자에 의하면 지하 부분의 피난은 이미 끝나 지상 부분에게만 요구조자가 남아있다는 이야기었는데――」


준「구조 활동 중에 지하에도 요구조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나와 부대장도 지하로 내려왔지」


준「하지만 지하의 화재가 예상 외로 심해서 말이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동안 요구조자도 잃어 버려서……」


카자미「그래서 우리는 지하 2층에 간이 기지를 설치하고 다시 수색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카자미「그리고 그 직후, 7시 15분 경――」


카자미「『케이스 N』 이라고 하는, 불온한 경고 방송이 시설 안에 퍼졌습니다」











와타세「케이스 N……? 뭐야, 그건?」


카자미「아마도『Nuclear』――핵을 뜻하는 단어의 이니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준「우리 업계엔『N재해』는 용어가 있어. 그 경우의 N은 핵에 의한 재해를 의미하는 거야」


와타세「핵인가…… 거기에 이에 대한 경보가 울렸다는 것은……」


카자미「에에. 우리는 이 시각에 원자로 에리어에서 멜트 다운이 일어나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자미「방송 후 프로키온을 체크했는데 방사선량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틀림없지 않을까」











준「즉 케이스 N이라는 건, 멜트 다운을 뜻하는 은어일거야」



설명을 들으며 걷는 사이에 와타세 일행은 제2에리어에 도착했다.



와타세「――그렇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이 아가씨를 밖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안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들은 와타세는 유우리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는 방금 전보다 무서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자미「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준「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이『제2에리어』 에 있는데……」



카자미 일행은 그렇게 말하며 앞쪽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비상 계단』이라고 적힌 판이 붙은 문이 있다.



와타세「왜 애매하게 말하는 거야」


와타세「출구는 저기지? 가자 유우리!」


카자미「아, 기다려주세요 대장!」



그 소리를 배경으로 들으면서 와타세는 비상 계단실에 뛰어들었다.


어슴푸레한 비상계단을 오른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것을 보자 와타세의 말문이 막혔다.











와타세「뭐, 뭐지…… 이건?!」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엔 강철 벽이 내려와있던 것이다.



카자미「――즉, 이런 것입니다」



눈치채자 뒤에 카자미 일행이 서 있었다.



와타세「이, 이런 일이라니……?!」


카자미「실은 현재, 지상과 연결되는 모든 출구에 이『격벽』 이 내려와서――」


카자미「우리는 이 랩의 지하에 갇혀 있습니다」


와타세「갇혀있다고?! 어째서?!」


카자미「…… 모릅니다」


카자미「어쨌든 케이스 N인지가 발령되는 것과 동시에『지상과 이어지는 모든 격벽을 봉쇄합니다』라는 방송이 흘렀습니다」


카자미「그러니까 아마, 어디에도 출구는……」


와타세「그런……!」


와타세「밖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열어달라고 하는 건?!」


준「연락을 할 수 없는 거야」


준「랩 안의 전화는 전부 불통이 되어있고 무선도 처음에는 어떻게든 할 수 있었는데……」


준「왠지 자꾸자꾸 통신 상태가 나빠져서 지금은 거의 연결되지 않아」


와타세「뭣……!」


와타세「그렇다면 부수든지 억지로 열면 되지 않을까?!」



와타세는 격벽을 주먹으로 쳐 보았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와타세「젠장! 열려라 빌어먹을!」



치거나 차도, 누르거나 어떻게 해도 열릴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의 힘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와타세「큭…… 이건 폭약이 아니라면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군……!」


준「유감스럽지만 폭약 따위는 없어. 지금의 우리는 파괴 불가능이야」


카자미「이 격벽으로 인해 지하와 지상이 완전하게 분단되었습니다……터무니없는 일입니다만」


카자미 일행의 말을 듣고, 와타세도 간신히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나 더욱더 물고 늘어진다.



와타세「그 밖에, 탈출할만한 것이 있을만한 장소는……?」


카자미「전무, 입니다」


카자미「우리도 갇히고 나서 2시간동안 모든 것을 시험해보았습니다만, 전부 안 되었습니다」


카자미「에어덕트는 통행 불가능. 엘리베이터는 사용 불가능. 천정은 파괴 불가능입니다」


준「게다가 원래 이 시설에는 완벽한 소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준「그것도 왠지 멈춰있어. 여기저기에서 화재가 일어나서 화재 장소도 파악할 수 없어」


와타세「뭐…… 뭐야 그건! 엉망진창인 상황이잖아!」


와타세「방사선이 만연하고 있는 장소인데 화재도 일어나고 있는데다가 밖으론 나갈 수 없다고?!」


와타세「어떻게 그런 일아――」


카자미「침착하세요! 구조대가 흐트러지면 어떻게 합니까!」


준「그래 대장! 유우리가 쓸데없이 무서워하잖아!」


와타세「!!」



와타세는 핫하며 유우리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는 준의 그늘에 숨어서 떨리는 눈동자로 와타세를 보고 있다.



와타세「아…… 미, 미안하다」


유우리「……」



확실히 이 연약한 아가씨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 없다.


기억상실이든 아니든 와타세는 아마『구조』 를 위해 이 지하로 내려온 걸테니.


하지만 그 때, 와타세는 문득 어떤 의문을 떠올렸다.



와타세「아, 그러고 보니…… 유우리는 왜 이 랩에 있던 거야?」


유우리「……!」



그러자 유우리는 왠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와타세「무, 무슨 일이야?」


유우리「저, 저는……」


유우리「그…… 여기 직원의, 가족입니다」


유우리「그래서, 우연히, 휘말려서……」


와타세「그런가…… 그것은 재난이었구나」



그런 유우리를 보면서 와타세는 생각한다.



와타세 (정말로 재난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와타세 (어떻게든, 모두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있다.


대체로 현재 놓여있는 상황은 알 수없는 일 뿐이다.


왜 격벽이 열리지 않는 건가. 왜 소화 시스템이 멈추어 있는 건가.


왜 자신은 기억을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와타세「저기 타치바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지?」


카자미「…… 거기에 대한 것도 설명해드리고 싶습니다」


준「근처에 간이 기지를 구축해뒀으니까, 우선은 거기로 이동하자」



그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와타세 일행은 낙담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1. 1) 이 캐치프레이즈는 정확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한(漢)은 접미사로서 '남성'의 의미를 갖는듯. 준(洵)의 경우 원래 우리나라 음으론 순이지만 이름을 나타내는 것 같아 그대로 준으로 두었음. [본문으로]
  2. 2) 지지 않고 이기려는 기개(氣槪) [본문으로]
  3. 3) 래버러토리의 약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