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미「……」


카자미는 말없이 끄덕였다.

그 쓸쓸한 듯한 표정에 가슴이 조여온다.

――한때 연인이었던 여자.

비슷한 사람끼리였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고너무 비슷해서헤어진 상대――.

그래서 와타세는 카자미의 기분을 아플 정도로 알 수 있었다.

와타세를 걱정하는 기분도 AD가 없는 상태로 여기에 남겨지는 불안도.

그래도 우리에게는 이별을 아쉬워할 시간조차 없다.


와타세 (……이런 여유로운 걸 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와타세는――

카자미에 대한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인명 구조대원이 아닌 한 사람의 남자로서.


와타세「……카자미」


와타세는 처음으로 그녀의 성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크게 뜨는 것과 동시에 와타세는 입술을 댔다.










카자미「……」


카자미가 숨을 삼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여러번 겹쳤을 입술.

어딘가 그리운 느낌과 함께 그녀의 두근거림까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카자미가 모든 걸 맡기는 것처럼 몸에서 힘을 뺀다.

와타세는 그녀를 강하게 껴안고――

살며시 손을 떼어 놓았다.

그녀가 물기를 띤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카자미「와타세…… 당신 지금카자미』라고……」

카자미「기억이 돌아왔어……?」

와타세「……아니」


와타세는 그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와타세「어떻게 해도 기억나지 않아」

와타세「너랑 사귀었을 때의 일도, 왜 헤어진 것인지도……」

와타세「하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그 무렵의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와타세「너에 대한 마음만은……」

와타세「내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건」

카자미「……!」


카자미의 뺨이 희미하게 붉게 물든다.

와타세는 그 뺨을 만지며 말했다.


와타세「……카자미.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이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와타세「만약 여기에서 무사히 탈출하게 되면 다시 함께 그 공원을 걷지 않을래?」

카자미「……!」


그것은 조금 지나간 와타세와 카자미의 과거.

아마 행복했던 무렵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카자미는 와타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카자미「……실현된다면」

와타세「좋아, 약속이니까」


와타세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면체를 쓴다.


와타세「……간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배수 파이프에 기어 올라가 도끼를 든다.


그것을 마음껏 파이프에 내려쳤다.


불꽃이 튀고 파이프에 작은 구멍이 뚫린다.


파이프는 딱딱하고 두꺼워 한번으로는 사람이 들어갈 구멍은 생기지 않았다.



와타세「――우오오오오옷!」



와타세는 우렁차게 외치며 몇 번이나 도끼를 내려쳤다.


일격 일격에 혼신의 힘을 담아.


반드시 탈출하겠다는 의사를 담아.


조금씩 구멍이 커져 간다.


파이프에서 증기가 분출하고 약간 뜨거운 물이 넘친다.


하지만 그것은 소량이다. 확실히 물줄기는 멈춰있다.


그렇게 몇번이고 몇번이고 도끼를 휘둘러―― 마침내 칼날 부분이 무너져 버렸다.



와타세「큭!」



하지만 이제 충분했다.


와타세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거기에 열려 있었다.



와타세「……좋아!」











와타세는 파이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카자미가 걱정스러운 듯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와타세「타치바나, 파이프에 구멍이 뚫렸다!」


와타세「나는 간다! 아이들을 부탁해!」



그렇게 말하자 아래에서 소리가 돌아 왔다.



카자미「――대장!」


카자미「반드시, 돌아와 주세요!」












카자미「아까의 약속, 꼭 지켜주세요!」


와타세「아아!」



와타세는 끄덕이고 구멍으로 들어갔다.


이 시설에 남겨진 마지막 탈출구.


뜨거운 물로 채워진 파이프 속에.


파이프 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열이 방호복 너머로 전해져 온다.


이 안을 500m 걸으면 로쿠메이 호수에 도착할 것이다.



와타세 (……갈까)



――와타세는 마음먹고 걷기 시작했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 혼자서 어둠 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