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향했다. 얼굴을 씻는다. 양치질을 한다. 옷차림을 정돈한다. 좀 있다보면 식사가 온다. 매일 매일 1 분 1 초도 달라지지 않는다. 완전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런 일을 않아도 센서나 감시 카메라로 하루종일 감시하고있는 주제에. 도망칠 틈같은 것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도망갈 생각도 없다.
똑똑하는 가벼운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들어 오세요'라고 얘기하니 조용히 문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와, 테이블 위에 늘어졌다.
"안녕하세요. 마키세 님.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아무쪼록"
"오늘은 열 시부터 '면회'시간이 있습니다"
"에? ……아아, 그런가. 고마워요"
"아뇨. 그럼"
'면회'라는 한마디에 무심코 뺨이 느슨해진다. 그런가,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마유리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달력을 확인한다. 매월 14일. 이날은 약간 기분이 풀어진다.
현재는 2021년 12월 14일. 장소는 SERN의 본거지……라고 해도, 나는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를 모른다. 왜냐하면 여기에 갇힌 이래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진 연금 상태로 타임 머신의 연구를 하고있기에 외부와의 연락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금지되어 있다. 그 탓에 마유리와 만나지 않으면 날짜의 개념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오카베가 IBN5100을 손에 넣기 위해 타임 머신을 타고 아마네 씨와 과거로 날아간 것은 지금부터 11년 전이 된다. 나와 하시다, 마유리 세 사람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 털어 놓고, 그는 마유리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위해 과거로 타임 트래블을 했다. 반드시 2010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하지만 오카베는 레버러토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찾아도 찾아도 IBN5100은 발견되지 않았고, 우리는 결국 그리고 이틀 뒤에 SERN에 잡혀버렸다. 오카베를 비난 할 생각은 없다. 나비 효과에 의해 뭔가 사고가 있어 수중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카베라는 지침을 잃은 우리가 망연자실 해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라운더의 습격에 있었을 때 내 머리에 있던 것은 '이대로는 마유리가 죽어버린다'라는 것 뿐이었다. 완전히 피폐해진 오카베가 호소한 단 한 가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유리는 죽어버린다'고 절망한 얼굴로 말했다.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떠난 오카베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중요한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잠깐만!"
그래서 나는 도박을 걸었다. 만약 여기가 α선 채라고 하면, 나는 결코 여기서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SERN은 세계선이 지금 어디인지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지 않았다. 즉, 내가 죽지 않는다고 단언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한 내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유리를 눈앞에서 잃고 싶지 않았다.
"움직임을 멈춰. 멈추지 않으면 난 여기서 죽을 거야"
"크리스!"
"마키세 씨!"
"두 사람 모두 얌전히 있어"
부엌에 있던 부엌칼으로 목을 누른다, 피부가 상했지만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겠지.
"타임 머신을 완성하려면 내가 필요하지? 그럼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겠네?"
손이 떨린다. 딱딱하고 이빨이 울린다. 다리도, 사실은 서있을 수 없을 만큼 부들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무섭다고 포기하면 마유리는 이 녀석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것 만큼은 절대로 싫었다.
오카베가 없으니 내가 마유리를 지켜야 해.
나는 그 생각만으로 무장 한 놈들의 총구에 마주했다.
"……뭘 원하는 거지?"
키류 모에카가 살짝 이쪽을 본다. 총구는 마유리에게 향해 있었다.
"전원을 구속하되 누구 하나 죽이지 마. 당신들이 마유리에게 손을 대면, 나는 이 부엌칼을 쓰거나 스스로 혀 깨물고 죽을거야"
"……"
그녀는 총을 든 채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상부에 확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에선 아무 것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동안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쭉 노려보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움직이는 순간 나는 이 목을 그어버릴 것이다. 미래도 타임 머신도 타임 리프도, 알까 보냐. 소중한 친구를 잃게된다면 나는 나라도 내던져 준다.
"……알겠다"
키류 모에카는 총을 내리며 웅얼웅얼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로 '전원을 구속한다'고 했다.
하시다는 잡힌지 일 년 후에 SERN에서 벗어나 그 행방을 감췄다. 그렇게 하도록 말한 것은 나다.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절대로 마유리를 죽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며 그의 탈출을 안내 했다.
"…… 이제, 그런 옛 이야기구나"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되면 안내원을 따라 평소의 응접실로 향한다. 응접실이라고 해도, 부드럽게 대화를 하게 두는 곳이 아니다. 한편의 형사 드라마에서 볼법한, 두 사람 사이에 유리를 끼운 방에서 바로 옆에 감시를 붙인 상태에서 '면회'를 한다. 마유리도 건물에 갇혀있을 테지만, 물론 만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고, 아마 내가 갈 수 있는 공간에 살게 두진 않겠지.
"아, 크리스. 뚯뚜루―"
문을 열자 그리운 웃는 얼굴이 이쪽을 보고있어서 나는 안심하는 동시에 눈물샘이 느슨해졌다.
"헬로, 마유리. 한 달만이네"
"응! 마유시, 크리스를 만나서 정말 기쁩니다"
"나도. 매월 14일에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기뻐"
"에헤헤―. ……어라, 크리스, 좀 말랐어?"
"마유리이야말로. 나한테 비밀로 하고 다이어트 하는거 아냐?"
"안 해―"
그 날, 마유리는 죽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른다. 오카베가 말하길, 라운더가 죽이지 않으면 심장 발작이나 사고, 다양한 요인으로 마유리가 죽을어버린다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유리는 질병 하나 하나없이 살아있다.
"역시 여기, 밥 맛 없지―?"
"확실히. 그렇지만 오늘 아침 식사는 적당히 맛있었다고 생각해"
"으-응, 그렇지만 역시 마유시는 쥬시 닭튀김 넘버원을 먹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유 따윈 아무래도 좋다. 나로서는 마유리가 살아있는 것이 여기에서 살아 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희망이었다.
"저기, 크리스"
"응?"
"오늘, 오카린의 생일이야―"
"그렇구나. 정말이지, 그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맛있는 밥을 만들어서 축하해주고 싶어. 오카린도 이제 서른이구나"
"서른이라니, 이제 아저씨구나"
매월 14일을 만나는 날로 결정한 것은 그것이 오카베의 생일 날짜였기 때문이다. 일년에 한 번, 나와 마유리는 이렇게 오카베의 생일을 둘이서 축하한다. 축하받을 상대는 여기에 없지만 그래도 오카베의 화제를 말하면 약간이나마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 기운이 조금 없어?"
"……그렇구나, 요즘 잠이 부족해"
"마유시는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어려운 연구뿐이지만 제대로 쉬는 거야?"
"고마워. 마유리. 걱정 끼쳐서 미안해. 그래도 난 괜찮아"
마유리와 있으면 시커매졌던 기분이 진정되는 것을 느낀다. 혹시 그때 마유리가 죽지 않은 것은, 나를 살리기 위해 세계가 그렇게 한 건가, 같이 생각할 정도였다.
전에 여기에 잡힌지 조금 지났을 무렵, 마유리는 단 한 번 약한소리를 했다.
'마유시는 정말로 인질이 되어버렸네'
'……크리스, 미안해'
'마유시 때문에, 엄청 엄청 괴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크리스의 무거운 짐이 되어서, 미안해……'
오카베가 없어져 버리자 마유리도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불안한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마유리를 보고 괴로워져서 울어버렸다. 부탁이야, 그런 말 하지 마, 나로서는, 오카베가 없는 이 세상에서 당신이 살아있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유리 너머에서 울고 마유리에게 호소했다.
그 이후로 마유리는 한번도 내 앞에서 나약한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마유리는 계속 내 앞에선 그 때와 같은 '시이나 마유리'로 있어주었다. 그것도 나로서는 희망이었다.
약간의 대화를 하다보니 벨 소리가 울렸다. 면회 종료 신호였다. 이제 마유리 만나는 것은 한 달 뒤가된다.
"그럼, 크리스. 다음 14일에 보자"
"그래. 마유리도 건강해"
서운하지 않게끔 가능한 한 시원스럽게 이별을 고한다. 유리에 손을 대자 거기에 겹쳐지도록 마유리도 손을 유리에 붙였다.
"마유시는 언제나 생각해"
"뭘?"
에헤헤, 마유리는 수줍어했다.
"여기에서 넘어가 크리스를 꼭 안아주고 싶다고……"
유리에 열린 구멍을 통해 우물거리는 마유리의 목소리가 내 고막을 진동시킨다. 너무 부드러운 그 말에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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