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송받는 자, 칭송받는 자 거짓의 가면 스포일러 있음



부제가 이번에도 중의적인 표현이다. 언뜻 보면 하쿠와 하쿠오로를 상징하는 것으로만 추측하기 쉬운데 하쿠오로가 아니라 쿠온일 것이라는 의견도 꽤 되었다.


생각해보니 쿠온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쿠오로가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적어진다. 시리즈를 통틀어 볼 때 모든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위찰네미테아의 힘이 필수불가결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힘은 쿠온에게 계승되었다. 때문에 하쿠오로의 이야기를 전 세대의 이야기로 남기고 쿠온을 필두로 한 투스쿨 세력과 하쿠의 야마토 세력을 동등하게 둘 여지가 있다.


거짓의 가면에서 온비타이카얀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구체적 사정이 공개되면서 위찰네미테아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온비타이카얀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하쿠는 위찰네미테아의 과잉 대응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 위찰네미테아는 하쿠오로와 쿠온 두명이지만 이 경우 저주를 퍼부은 쪽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쿠온이 새로운 위찰네미테아라서 그 힘으로 타타리를 원래대로 돌린들 위찰네미테아와 온비타이카얀의 화해를 끌어내기에는 무게가 부족하다. 아이스맨이 저지른 일을 딸이 수습하기보다 본인이 나서야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은 창조자와 찬탈자 두 신이 화해한다는 측면에서만 본 것이고 구인류와 신인류의 조화, 공존을 상징하기 위해서라면 쿠온이 나서는 쪽이 타당하다. 아이스맨은 구인류의 일원이다. 물론 하쿠 시대보다 이전 사람이지만 그 역시 구인류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 하쿠오로가 저주를 거두고 하쿠와 일종의 합의를 이끌어낸들 구인류끼리 싸우던 일이 기어코 종결되는 의미정도밖에 없다. 신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끝내도 되겠지만, 세계는 현재 신인류의 세상이므로 저주가 풀린 구인류가 살아가거나 최소한 온전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신인류의 도움이 필요하다. 두 종의 공존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신인류의 대표자로서, 그리고 신으로서의 쿠온이 걸맞을 것이다.


두 명의 백황이라는 부제에 대해 어쩌면 하쿠오로와 쿠온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거짓의 가면의 주인공인 하쿠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하쿠오로와 쿠온은 투스쿨 사람이므로 야마토의 이야기까지 포함하기에는 범위가 좁다.


결국 두 명의 백황이란 하쿠와 하쿠오로 또는 하쿠와 쿠온이 될 것이라는 게 가장 그럴법한 것 같다. 어쨌든 하쿠는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오슈토르의 변신 모습이 하쿠오로의 변신 모습과 가장 흡사했던 것도 일종의 복선이라 본다.


위에서 하쿠오로일 것이라 한 근거 중 잘못한 사람과 사과하는 사람이 다르니 안 된다는 식으로 쿠온이 어울리지 않는다 했는데, 하쿠오로와 디가 합쳐져서 아이스맨이 된 이상 이전의 하쿠오로였다 단정짓기는 어렵다. 때문에 차라리 쿠온이 대신 사과하는 게 더 잘 상상되는 것 같기도 하다. 3부작이긴 하지만 2부의 주인공은 하쿠, 주요 인물로 딸인 쿠온이 나온 이상 주역으로서 하쿠오로의 입지는 생각보다 좁을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쿠온이 깨달은 것에 따르면 어떻게든 쿠온이 주역이 되어 하쿠와 다시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쿠오로가 주인공일 경우 쿠온의 행동이(시점상) 자유롭지 못하고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지조차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면 하쿠오로가 부활을 하더라도 쿠온의 성장을 지켜보는 정도의 위치거나 신으로서 개입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부제에서 상징하는 진정한 주인공은 쿠온이 될 것이라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