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사이버 슬루스 38시간, 해커스 메모리까지 75시간(약 37시간).

트로피에 신경쓰지 않고 노말 난이도로 스토리와 몇몇 서브 퀘스트만 했다.


시스템 전반

편의성이 좋다고 할 수 없다. 같은 턴제 RPG였던 페르소나5, 섬의 궤적3과 비교해보면 그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

세이브 슬롯이 세 개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클리어 데이터를 따로 저장하는 게 아니고 기존 세이브에 덮어쓰게 해야한다(3개 슬롯 중에서).

세이브 잠금 기능이 없다.

백로그 기능이 없다.

카메라 시점 전환이 불가능하다.

디지라인이 패드에 대응되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도 상시 가능한 게 아니고 디지라인이 막 도착한 그때만 확인 가능하다.

전투가 재미없다.

해커스 메모리에서 추가된 도미네이션 배틀은 귀찮기만 하다.

웬만해서는 막히는 부분이 없이 넘어갈 수 있어서 경험치 노가다가 필수는 아니다.

진화, 퇴화를 반복해서 디지몬 도감을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 제외 메인 스토리는 풀보이스. 주인공의 경우 아주 가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작이 비타로 개발되어서인지 그래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캐릭터 모델링은 원화와 비슷하게 되어있다. 엑스트라 npc들의 경우 모델링 재탕이 심하다.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는 왕도에 가까운 영웅들의 이야기. 해커스 메모리는 일반인들의 이야기.

사이버 슬루스의 경우 긍정왕 주인공을 중심으로 비교적 기존 애니메이션 시리즈처럼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면, 해커스 메모리는 디지몬 세계와의 상호작용 자체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었다.

해커스 메모리는 사이버 슬루스와 동시기 이야기이면서 '곁다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이버 슬루스의 전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 때문에 안타까워지는 부분이 있었다. 엔딩이 아쉽기 때문에 이쪽은 DLC로 후일담을 내줬으면 할 정도이다.

캐릭터의 경우 사이버 슬루스보다 해커스 메모리쪽이 더 좋았다. 아무래도 어떤 집단에 속하고 동료가 함께한다는 것이 꽤 영향을 미친 듯하다.


총평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와 디지몬 육성이 전투의 지루함을 커버한다.


이게 뭐라고 70시간 넘게 붙잡고 있었을까. 디지몬 시리즈의 팬이 아니고 옛날 디지몬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로잡혔다. 팬이 아니면 평범한 턴제 RPG라고들 하는데, 재미 없었으면 애초에 사이버 슬루스만 하고 그만뒀지 해커스 메모리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다.

처음에 무작정 진화만 할 수 없다는 것에 당황하고(재능 때문에) 퇴화를 할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퇴화를 해서 다른 디지몬으로 진화시켜 기술을 배우고, 그것을 계승시키는 방법으로 다양한 전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되자 일부러 여러 세대 돌아가기까지 했다. 이게 적응되니까 재미있더라. 그런 것 없이 단순하게 도감을 채워가는 것 자체도 좋았다.

전투는 정말 재미가 없었지만 순전히 디지몬 진화 시키겠다고 노가다도 좀 했다.

스토리의 경우 앞서 말했듯 사이버 슬루스는 왕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심의 등급을 보고 전체이용가 수준의 스토리는 아닐 것임은 예상했고, 실제로 다소 충격적인 내용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니까. 너무 좋다는 수준은 아니고 무난하게 재미있었다. 아키노 캐릭터성이 너무 작위적이라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스토리 자체는 괜찮았다. 엔딩에서 주인공을 기다린 진히로인(!)과 만날 때 데리고 있던 디지몬들이 쫙 나타나는 연출도 좋았다. 열린결말이었지만 실상은 닫힌 거나 다름없는 결말이어서 굳이 이 게임에 후속작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리고 문제의 해커스 메모리로 넘어왔다. 이건 참 애매하다. 스토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이버 슬루스보다 재미있게 했다. 편의성이 전작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후디에에 소속되어, 주변인물들을 구하고 돕는 이야기여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애매하다고 한 이유는 결말 때문이다. 사이버 슬루스와 동시기에 일어난 이야기이며 이쪽은 영웅들이 아니어서 그만큼 고생하고도 보답받은 것이… 있나?

호접몽, 후디에, 추추몬, 상태 등 복선이 계속 나왔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게 안좋은 일이 생긴다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기왕 기적이 일어났던 거… 조금 좋게 될 여지는 없었던 걸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고 안타깝다.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건 이들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디지몬과 관련된 기억이 전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기억이라도 남아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결정타는 주인공이 방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 것인데……. 이 장면 때문에 더 슬펐다.

농담이지만 누구 하나 살리려면(?) 서로 사랑하는 관계는 되어야 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재미있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여운 때문에 바로 2회차를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2회차를 하게 된다면 해커스 메모리로 할 것이다. 이쪽이 더 정감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