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워낙 망작이어서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어떻게 진행될지가 의문이었던 두 명의 백황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바뀌든 아니면 제작진이 바뀌든 어차피 수습하는 건 불가하니 몇 설정을 전작에서 날려버렸다고 백황에서마자 어찌 해야되는지 고민하지 말고, 기왕 망한 거 원작이라도 그대로 따라가서 완성도라도 높이라는 바람이 있었다. 사실 게임 역시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기 때문에 몇 장면을 덜어냄으로써 충실히 만들었으면 싶었으나 솔직히 그건 제작사 역량상 너무한 기대인 듯해서 각색을 최소화하는 편이 옳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람이었고 각색이 없으면 원작의 분량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충실한 애니화를 원한다면 2쿨은커녕 3쿨, 4쿨로 해도 부족할 걸. 아무튼 서론이 길었으나, 제작발표 이래 몇 년 만에 나온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감을 몇 줄 적어보도록 하겠다.
*영상 연출 등에는 조예가 없는 비전문가의 평가임을 양해바란다.
1~2화
오프닝과 엔딩을 생략한 것은 좋은 선택. 가뜩이나 설명할 부분도 많은데 3분이나 소모할 시간이 부족하다. 1화 한정 엔딩곡으로 누에도리를 살린 것도 좋았다. 전작은 기본적인 ost를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악곡(가사 있는 곡) 위주의 작품이었는데, 웬일로 본작에서는 원작곡을 그대로 썼다. 게임의 명장면을 더욱 빛내주는 게 적절한 삽입곡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니에서도 전작에서 칼질된 연몽과, 앞으로 나올 법한 키미가타메의 사용도 기대해볼만 한 부분.
시작하면서부터 하쿠오로 목소리로 세계관을 추상적으로 설명해준다. 백황으로 처음 입문하는 자들을 위한 것인가. 그런데 내래이션 듣다 보면 '하얀 자'가 지칭하는 게 누구인지 바로 알아듣기 어렵더라. 처음엔 쿠온인가 싶다가 '영원한 자'라는 언급과 함께 '하얀 자'가 달리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배경에 나오는 게 하쿠. 두 명의 백황이라는 뜻이 표면적으로는 쿠온, 안쥬지만 이면에는 하쿠오로와 하쿠를 뜻하기도 했던지라 그때처럼 1대1로 대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편도 기억상실로 시작합니다'던 시리즈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오슈토르 진영을 바로 비췄다. 사실 게임에서도 시간순으로 따지면 엔나카무이에서 그 난리 터진 게 먼저 쿠온이 눈을 뜬 게 그로부터 한 보름쯤 뒤였기 때문에 이게 맞다. 아무리 신규 유입이 힘든 시리즈 3편이라지만 1화부터 바로 유입탈곡을 시전할 생각은 없던 모양이다. 아무튼 각자의 입장 정리(인게임 한 2시간 분량)를 몇 장면으로 퉁치고 바로 제도의 상황 파악 및 키우루&근위대 구조 돌입. 이 부분은 각색을 잘 했다고 본다. 가면 엔딩이 그 모양이라 백황은 근본적으로 무거울 수밖에 없는 작품임에도 솔직히 노닥거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초반에 있던 몇몇 장면을 압축하거나 날린 건 괜찮아 보인다. 대충 노스리+오우기와 루루티에+아투이+야쿠토와루토 파티로 나눠서 요격한 것과 보코이난테전을 나름대로 다 보여줬다.
3화
3화부터 평가가 안 좋던데 솔직하게 말하면 내 기준에선 나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비교 대상은 전작이고 속도가 빠르건 말건 원작의 내용을 어디까지 전달 가능할지를 핵심으로 보는데, 결과적으로 공식적인 첫 전투라지만 고작 데코폼포전에서 솔직히 1화나 잡아먹었다는 사실이 감점할 부분이지 너무 빠르다고 할 정도는 아닌 듯. 오슈토르 급발진은 게임에서도 그랬고 마로로 흐느적거리는 거도 원래 그랬음. 되레 아쉬운 부분은 원작이었으면 진작 회복했을 안쥬가 아직도 말을 못한다는 것일까. 본인의 위치를 깨닫고 각오를 조금씩 다지는 계기인데 연설을 못했네.
웬만해서는 소감문을 적을 때 사심을 넣고싶지는 않으나 이건 어쩔 수 없이 티가 날 것 같아서 말해두겠다. 나는 마로로를 싫어한다. 거짓의 가면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작중 하쿠가 친구로 여기니까 그 정도의 존재로 용인했지만 두 명의 백황 중반부에 3연속 보스전을 안겨준 것을 잊지 않았다. 세뇌당했다지만 저지른 일이 커서 완전 퇴장한 게 잘했다고 생각될 정도. 모 제작사 게임처럼 죽은 인물 살아돌아오는 거 아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래서 마로로 관련 연출에 대해서는 구려도 별 생각 없이 넘길 가능성이 있으니 양해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별 중요하지 않은 데코폼포전(가운지) 종료 후 마로로 회유하는데, 이거 게임 하면서도 이해가 안 간 부분이다. 오슈토르가 마로로와 대화 중 갑작스럽게 화냈다는 평이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부분인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현대 전쟁 관련 국제협약을 모르기도 하기에 그냥 무지한 입장에서는 마로로 입장이 그다지 설득이 되지 않았다. 더불어 배경이 현대는커녕 전근대다. 개발 정도 보면 야마토가 중세 이후지 투스쿨은 그냥 고대~중세 사이 어딘가인데, 그 시절 관념으로 볼 때도 화공이 그렇게 기피되는 전술이었는지? 자장가에서 하쿠오로가 폭탄 터트린 것도 아직 사람들에게 감당 못할 무기인 화약을 줄 수 없다(금기로 전해짐)는 쪽이어서 꺼렸지 잘 보면 얘네도 통일할 때 전투마다 불 많이 질렀다. 변호하자면 의도적으로 안 한 적도 많았지만 어쨌든.
야마토도 일방적인 학살 많이 했다. 심지어 종종 해온 묘사가 나온다. 전작 우즈룻샤전이 그것인데 팔주장에 양근위대장까지 투입하면서 '섬멸전'을 하라고 시켰다. 이때도 그 오슈토르마저 '명령이니 해야함'이 공식적인 태도였다. 그러다 보니 내전이라고 살살 한다는 느낌이 잘 와닿지는 않았다. 외부로 향한 칼날이 내부로 서니 새삼 두려워진 것인지.
굳이 마로로의 주장을 요약하면 "답지않은 비인간적 전술을 왜 했냐" 인데 이미 내전이 벌어졌고 엔나카무이는 변방의 국가로 국력 자체가 낮은 풍전등화 상황이 될 게 뻔한데 피해를 내지 말라는 건 이상론에 불과하다. 그래서 마로로가 더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주인공 진영에 이입하니까... 차라리 마로로가 수장이었으면 일이 꼬이진 않았겠지.
어쨌든 데코폼포전이 뭐라고 한 화나 썼나. 나름 자잘한 개그 장면을 덜어내서 줄이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데코폼포인데 1화나 할당하다니... 이건... 이게 가장 아쉽다. 나는 데코폼포전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미카즈치카 출병하는 것까지는 보여줄 줄 알았다.
4화
통째로 투스쿨 시점. 기억상실 전통 없어졌네 싶던 평가를 뒤집어줌. 이것으로 백황은 시간순으로 간다는 게 확인되었다.
원작 프롤로그를 요약해서 보여주면서 쓸데없던 서비스신 없애고 핵심만 보여줬는데 오보로 앞에서 정복은 왜 안 입혔는지. 디자인을 안 했나 싶기에는 키비주얼에서부터 입고있잖아? 그리기 귀찮았나?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연몽을 왜 여기에서 들려주지? 가면 2쿨째가 암만 날림이었어도 거기에 껴줬음 뽕으로 평가 올랐겠다. 그런데 이걸 백황에서, 회상으로 껴놓는다는 건 어지간히도 전작 후반에 대한 비판을 많이 들었다는 뜻 같은데. 안 나와서 아쉬웠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 와서 보여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왜 줬는데도 뭐라고 하냐면 게임 기준 연몽은 백황 와서는 안쥬 각성하는 부분에서 처음 나왔다. 쿠온이 하쿠 정체 눈치채는 부분 말이다. 이게 후반이 아니고 초반 플레이타임 10시간에서 나오는지라 애니메이션 각색이 이루어지면 솔직히 1-2화 뒤에 다시 들을 곡이다.
즉, '어, 이 곡!' 하고 그때 감정을 끌어오기에는 감정이 너무 최신이 되는 것. 악곡은 가사의 존재로 귀에 잘 박히기 때문에 장면마다 돌려쓰는 다른 bgm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까지 썼는데 음향감독이면 일단 신선함을 주겠다고 그 장면에서는 연몽 피아노 버전 넣는 거 아닌가?
애니 각색 방향이 나름대로 원작 에피소드순으로 하되 두 개 이상으로 분할된 긴 장면들도 한 화로 합쳐서 처리하면 했지 다른 에피소드를 흐름상 앞 에피에 붙이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 같다. 이게 각 회차별 완결성이 있으니 완성도를 높일 길일 것 같은데 분량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
제도 탈환을 시점으로 전후반을 나눈다면 분량은 대략 3/5, 2/5정도이며 전 28화의 구성에 맞추면 16-12 또는 17-11이다.
이미 지난 사건을 제외하고 앞으로 나올 주요 사건이 꽤 많은데 이런식으로 하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된다.
1. 미카즈치전+안쥬 회복
2. 투스쿨 접선-두 명의 황녀 충돌
3. 루모이관 전투(후미뤼르 합류)
4. 브라이전
5. 고립된 엔나카무이->쿠쥬우리 동맹
6. 이즈루하 방문
7. 나코쿠 조력
8. 제도탈환(통신병 무력화, 미카즈치전2, 대포 등장, 마로로전2->사망, 라이코우전->내전종식선언)
나코쿠부터 1화로 넣기는 빡빡할 느낌인데 썩 여유있어보이지는 않아서 각색 정도가 중요할듯.
동맹 다 갖춘 시점부터는 한 3화 이상은 써야할 것 같은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까지는 만족스럽게 보는 중. 시리즈 팬인데 가면 때처럼 중도 하차할 일만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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