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엠블렘 if 백야왕국 클리어

한 일주일정도 달려 끝을 보았다. 난이도는 노말 클래식으로 했다. 조우전은 생각날 때마다 했고 캐슬전은 딱 한 번 해보고 안 했다. 그 외 스킬이나 지원회화 노가다도 특별히 하지 않았다. 적당하게 스토리만 볼 수 있게 키운 것이다.

이대로 진행했는데 각성과 비교했을 때 전투 난이도가 올라간 느낌이다. 각성의 노말 클래식이 몇몇 외전을 제외하면 무난한 느낌이었다면 if는 같은 난이도라고 해도 다방면으로 버거웠다. 외전 하나를 결국 못깨기도 했고 조우전을 가급적 안 하려고 했는데 20장 넘어서는 생기는 것마다 다 하고말았다. 노말이어도 클래식이다보니 리셋을 몇 번 했는지. 공진, 방진 시스템과 용맥 등이 전략성을 더욱 높인 것 같다. 전투는 확실히 재미있었다.

스토리는 왕도였다고 할 수 있겠는데, 분량과는 별개로 이야기 자체가 깔끔하게 끝난 것 같지가 않다. if를 테마로 선택하지 않은쪽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아버지나 아쿠아의 정체, 가론 왕과 흑막 등 명확하게 나온것이 없다. 단일작품이었으면 그래도 무난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암야왕국과 제3의 길이 있음을 모두가 아는지라 스토리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두 국가간 전쟁이 주 내용이다보니 전개상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암야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제3의 길에서는 다들 최대한 생존해줬으면 한다.

지원회화에서는 형제자매와 S가 가능한 것에서 놀랐는데, 결국 고문서 해독문에 따르면 S찍어도 문제없다는 관계였지만 그렇게 되면 혈연을 내세운 백야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주인공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고 미코토 여왕의 친자식이긴 한데 다른 형제들이 여왕의 자식이 아닌듯하지만. 미코토 여왕이 백야왕과 결혼한 시점이라든가 그런게 궁금해질 따름이다. 제3의 길에서 과연 전세대 이야기를 풀어주면 좋겠는데 왠지 안 그럴 것 같아서 기대를 크게 갖지 않고있다.

그리고 문제의 마이룸 기능. 포켓몬 파를레같은 건데 남 카무이로 해서 결혼도 시켜 남녀를 각각 몇번씩 건드려봤는데 항마력이 부족해서 못하겠다. 결혼 전에 아무나 불러서 얼굴 만지작거리는 것도 카무이가 변태같아서 기분 이상했는데 결혼하니까 마이룸에 아내도 같이 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다른사람 불러 만지는 걸 보면 이놈은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건가 싶을 정도다. 얼굴만 터치해봤는데 다른 부위도 건드릴 수 있는지, 카무이의 변태력에 대해 상상하고싶지 않다. 아무튼 초반에 지원회화때문에 호감도 올리려고 문지르는데 무표정으로, 또는 화면 보지도 않고 한 기억이 있다. 연예시뮬 게임같은 시스템 때문에 입문한 사람들이 생긴다 해도 파이어 엠블렘 전체를 보면 굳이 들어있을 필요가 없어보이는 시스템이다. 가능하다면 차기작에서는 빼주면 좋겠다.

결혼과 자식에 관해서도 사족이라고 생각되었다. 각성은 시리즈 집대성의 의미와 스토리상 자식이 등장해도 괜찮았으나 if에서 그것을 넣을 것까진 없지 않았을까. 결혼 시스템 때문에 남녀 지원회화는 기승전결혼이 되어버렸다. 무조건 결혼하게 되니까 이해가 안 되기까지 하다. 전작에서는 그나마 이성간이어도 지원회화가 A까지만 올릴 수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부모자식, 남매관계를 제외하면 본작에서는 없는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다.

한 발 물러나서 결혼까지는 어떻게 이해하겠는데 자식 등장은 정말 아니었다. 각성 자식세대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작에선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자식을 비경에 두고 키웠는데 비경과 바깥의 시간 흐름이 달라서 부모만큼 성장한 자식들이 튀어나온다. 자식을 어떻게든 참전할 수 있게 만드는 설정이다. 작위적임을 강하게 느낀다. 백야 하면서 외전은 경험치 때문에라도 거의 깼지만 결국 자식은 쓰지 않았다. 스토리에 개입하지도 않는데 뭐하러 쓰냐는 느낌이었다. 차기작에서는 마이룸 시스템과 더불어 없어졌으면 한다. 나올거면 성전의 계보 때처럼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로 자연스럽게 교체시키거나.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 회차플레이를 할 건데 아쉬운 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