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을 하며 문을 열자 네가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책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끄덕 끄덕 머리가 흔들리다가 바로 소파 등받이 부분에 떨어진다. 그대로 안정되었는지 온화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깨지 않게끔 살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핫하고 놀라며 구두를 벗었다. 물론 일본과는 달리 이 나라에서는 방안에서도 구두를 벗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구두는 마루를 타박타박하고 두드려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네가 일어나 버릴지도 모른다.
어제 울 듯한 얼굴을 하고 너는 이 방에 다가 왔다. 또 연구실에서 불합리한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있었냐고 물어도 고집스러운 너는 침묵하곤 어느정도 여기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 갔다. 눈은 붉었고 기미도 생겼다. 너무 고민을 했기에 잘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말야"
인간 관계의 문제는 자신의 부모에겐 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담아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 줄 것, 이렇게 쉬는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 그 정도다.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손에 든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잠시 고민했다. 뭐이건 네가 일어났을 때까지 먹지 않으면 될까.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양하게 사왔지만 너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것 을 먹으면 기분도 조금은 좋아질……지도 모른다. 너무 단순하다고 혼날까. '그런 것에 끌리는 아이가 아니야'와 같이 뺨을 부풀리는 크리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주위를 바라보며 자고 있는 너에게 뭔가 덮어줄 것이 없을까 찾아 본다. 그러나 타올 모포 같은 멋부린 것은 임시 거주지인 이 장소에는 두지 않았다. 추워지기 전에 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상관 없지만 너는 자주 이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 자신의 백의였다. 어쩔 수 없다. 이것으로 참아야지. 부드럽게 펼쳐 할 수 있는 한 상냥하게 어깨에 걸어 준다. 사이즈가 큰 탓에 어깨로부터 몇 번이나 흘러내려서 제대로 안정시키는게 상당히 곤란했다.
새액 새액 들이마시는 숨소리를 내는 너를 보며 무심코 미소를 흘리면서 업무용 책상에 걸터 앉는다. 구두를 다시 신고 발가락을 바닥에 부딪치려다 '으응,'이라는 잠꼬대에 그 동작을 멈추었다. 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 버릇처럼 되어 있는 행동을 어중간하게 그만두자 왠지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크리스가 완전히 안심하며 자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참아 줘야 하지 않겠는가.
"편히 쉬어, 크리스"
나는 책상쪽을 향하며 책을 펼쳤다. 내일 강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사각, 그리고 깨어나 처음 들은 것은 노트에 볼펜이 스치는 소리였다. 조용한 방 안에 그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후우, 하는 무거운 한숨이 들린다. 교수님은 책상에 앉아 뭔가를 적고 있었는데, 그 가는 허리를 고양이처럼 말고 있었다. 새우등은 좋지 않다고 오래 전에도 말했는데.
왠지 따뜻하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떨어뜨리자 몸을 덮을 정도의 큰 백의가 내게 걸려 있었다. 교수님의 백의다. 커피와 오래된 책의 냄새가 난다. 그런가 자고 있었나, 라고 이제 와서 깨닫고 잠자는 얼굴을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 부모와 자식 이상으로 나이 차이가 나지만 역시 남성에게 잠자는 얼굴을 보여지는 것은 거북했다.
나는 교수님의 백의를 꽉 껴안는다. 교수님은 내가 일어났던 것을 깨닫지 못하고 책상을 향한 그대로였다. 옆에 둔 책을 팔랑 넘기며, 그때마다 선을 긋거나 글을 적거나 하고 있었다.
이번 교수님의 공개 강의에 들어가볼까. 어떤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마음이 생기며,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방해를 하지 않게끔 조용히 백의를 접었다.
"흠……"
조금 곤란한 것처럼, 턱에 손을 대고 교수님은 골똘히 생각했다.
"……, 아니, 알기 쉬운 쪽이 좋을까"
중얼중얼하고 무의식 중에 소리를 내면서, 교수님은 볼펜을 미간에 누르고 있었다.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
나는 소리를 내지 않게 일어나서 백의를 가진 채로 그 등에 가까워졌다.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그 무방비인 등을 보고 있으니 부글부글 욕망이 들끓은 것이다.
"에잇"
손에 든 백의 살짝 펼쳐 교수님의 머리에 힘차게 씌웠다.
"우왓"
갑자기 시야가 덮인 것에 놀란 건지 교수님은 꿈틀하고 어깨를 흔들고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떨어뜨렸다. 교수님이 아끼는 볼펜이 데굴데굴 굴러 마루로 떨어져 간다.
"이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크리스"
"왠지 모르게 놀래켜주고 싶어서요"
"놀랐다만"
"그럼 작전 성공입니다"
후후, 하고 웃으며 교수님은 머리에 씌인 백의를 치우고 나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리고 쓱쓱 어루만지고 내 머리카락을 꾸깃꾸깃 구겼다.
"교, 교수님, 그만두세요!"
"네가 시시한 장난을 했기 때문이지!"
"꺄아! 정말, 사소한 장난이잖아요"
"아이의 장난은 어른이 꾸짖어 주는 것이 상식이다"
의자에서 일어선 교수님은 양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휘저으며 소리를 높여 웃고 있었다. 나도 그 손의 움직임이 간지러워서 뺨의 근육이 느슨해졌고 결국 둘 다 꺄르르 웃어버리는 처지가 된다.
문득 교수님이 손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꾸깃꾸깃하게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정돈하면서 무슨 일인가요, 교수님에게 묻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기분이 좋아졌다면 됐어"
"기분이라니……"
"어제는 기분이 상당히 나빴잖아"
"아"
교수님의 집에 오면 완전히 안심하게 되어 다 잊고 있었다. 어제는 같은 연구실의 멤버에게 자그만 짖궂음을 당해 울적해져서 교수님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여기에 와 버리니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 교수님과 나의 사이에는, 말로 보여줄 수 있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기분 좋아서 나는 무심코 이 사람에게 응석부려 버린다.
"어른이라고 할까"
"응?"
"……교수님이라면 의지해도, 괜찮을지도"
어쩐지 아까 자신이 교수님에게 시시한 장난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는 언제나 어른이 반응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여기를 향해주길 원하고 왜 그런 일을 하냐고 꾸중듣고 싶어서 소소한 장난을 반복해버린다. 그리고 반응을 받을 수 있어 안도한다. 어른이 아이를 지켜봐 준다고 하는 현실을 확인하고 안심해 버린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진심으로 '어른'에게 야단맞은 것은, 언제였을까.
나를 '아이'취급해 해 주는 어른은, 도대체 얼마나 있었던 건가.
"그런가"
교수님은 툭툭하고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상냥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이 사람이 말하는 '이봐'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나는 그런 일을 해 버렸나.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크리스, 커피를 끓여다오"
"좋아요"
"케이크를 사 왔다. 같이 먹자"
"엣, 만세!"
내가 케이크라는 한마디에 눈을 빛내자 교수님은 굴러 떨어진 볼펜을 주우면서 웃었다.
"너도 아직 아이구나"
언제나 화가 나는 아이 취급도 이 사람이 한다면 좋았다. 이제 쭉 아이인 채로 좋을지도, 라고 할까, 그렇다는 답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커피 메이커의 전원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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