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세는 파이프의 틈을 누비고 다니는 우키타를 지탱하며 동행했다.
우키타가 앞에 보이는 것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우키타「……확실히 그 큰 탱크가 소화제가 들어있는 탱크다. 물이나 질소 가스 따위로 차있다」
와타세「질소 가스?」
우키타「소화 작용에 쓰는 거다. 예를 들어『BrainCell』이 있는 장소에선 물을 쓸 수 없겠지?」
와타세「과연…… 그럼 그 쓸데없이 굵은 파이프는 뭐지?」
탱크의 옆엔 엔진 룸의 천정 부근을 지나가는 굵은 파이프가 있었다.
우키타「그것은……확실히 원자로의, 냉각수용 파이프였나.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물을 가져오고 있다」
와타세「호수인가……」
그때, 와타세의 머리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와타세「맞아 우키타 씨! 그 파이프 안으로 가서 호수로 탈출할 수 없나?!」
우키타「불가능하다」
와타세「에, 왜?」
우키타「냉각수용 파이프라고 했지. 그 파이프 안엔 물이 고속으로 순환하고 있다」
우키타「파이프 안에 들어가기 위해 구멍을 뚫거나 하면 엄청난 기세로 물이 흘러넘쳐서 이 지하 부분이 통째로 수몰된다. 모두 죽어」
와타세「그, 그런가…… 물의 흐름을 멈추는 방법은?」
우키타「모르겠지만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탈출은 불가능하다」
우키타「호수까지의 거리는 약 500m. 숨을 멈춘 채 거기까지 갈 생각인가?」
와타세「그럼, 공기 봄베를 사용하면――」
우키타「그건 실로 좋은 생각이다. 전원이 쓸 봄베와 마스크가 어디엔가 있다면」
와타세「……」
우키타「아무튼 그것이 있더라도 냉각에 사용된 물은 원자로의 열로 가열되어 있다」
우키타「분명히 50℃이상이었지. 견딜만한 온도가 아니야」
여러 의미로 파이프를 이용한 탈출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와타세는 푹 어깨를 떨어트린다.
와타세「그런가……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우키타「유감스럽지만 파이프를 이용한 탈출안은 나 역시 가장 먼저 생각했지」
우키타「하지만 그걸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키타「대체로 이런 이야기는 대장 씨에겐 기억을 잃기 전에도 설명했을 텐데?」
빈정거리는 말에 와타세는 귀가 아팠다.
와타세「그런가……미안하지만, 그 일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
우키타「그렇다면『기억의 혼탁』 정도의 수준이 아닌데」
우키타「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건가? 네가 지하에 내려 온 이유도, 구조해야 할 사람의 이름도」
와타세「아아…… 타치바나가 말하길 시간과 함께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 같지만, 여러모로……」
우키타「……」
우키타는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어딘가 의심하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이다.
와타세는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계속한다.
와타세「유감스럽지만 이건 사실이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명 구조대장이라 미안하다」
우키타「그럼 너는 아까 그런 상태인데도……위험을 무릅써서까지 모두를 위한 AD를 가지러 간 건가」
와타세「그래……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와타세「기억이 없어도 체력은 있다. 지식은 없지만 몸은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우키타「가스보다 방사선이 무섭다고 하는 건가?」
와타세「그야 AD가 부족한 것이 가장 무섭지」
와타세「그렇지만 가스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닌 덕분에 어떻게든 또 1시간 살아났어」
우키타는 와타세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지만――곧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우키타「……그건 확실히 굉장하군」
우키타「예를 표하지, 고마워」
와타세「뭐, 뭐야 갑자기……아저씨에게 칭찬받아도 그렇게 기쁘진 않아」
우키타「아저씨라니 나는 아직 35다. 너와 그렇게 차이나지도 않는데」
와타세「그러고 보니 그런가……아무튼 아저씨끼리 힘을 합쳐 여자애들을 도와 가자구」
다소 실례라고 생각했지만――우키타를『아저씨』 라고 부르면 그에 대해서 친근감이 솟아 오를 것 같았다.
그 풍모나 희끄무레한 머리카락을 보면, 그가 훨씬 연상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우키타도 특히 불평하지 않는다. 대신 문득 멈춰서서 말한다.
우키타「이크…… 도착했다, 이거다」
보면 예의 탱크의 바로 옆에 수많은 밸브가 있었다.
우키타「어떠한 이유로 이런 밸브가 잠겨 있던것 같은데」
와타세「역시 점검이라도 하고 있었던 건가……?」
우키타「이제는 알 것 같군. 어쨌든 이걸 해제하면 소화 시스템은 복귀될 거다」
와타세「좋아! 아저씨 도와줘!」
우키타「음」
그렇게 말을 주고 받고, 와타세들은 거기에 있는 밸브를 차례대로 돌렸다.
탱크가 더 삐걱거리며 파이프가 일제히 진동하기 시작한다.
우키타「……좋아, 이것으로 문제는 없을 듯한데」
와타세「이것으로 N에리어의 화재도 소화되면 좋겠는데……」
우키타「아니, 유감스럽지만 그 장소의 소화 시스템은 여기와는 별계다」
와타세「그런가……」
하지만 그 이외 에리어의 불이 꺼지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맙다.
와타세「우선 이 일을 모두에게 보고할까」
우키타「아니, 난 당분간 여기에 머물러서 정상적으로 운전하는지 확인해두겠어」
와타세「미안하지만 부탁할게」
와타세는 그렇게 말하고 카자미들에게 돌아갔다.
――사다리 부근까지 돌아오니 카자미가 말을 걸었다.
카자미「아, 어서오세요 대장」
유우리는 아직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준과 에나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와타세「오, 둘 다 부활했나」
에나「네……괜찮네요……」
준「대, 대장, 면목없어…… 용감하게 나간 직후 쓰러지다니, 터무니 없이 수치스러워……」
와타세「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 덕에 게이트가 열렸어. 면목없을 것이 아냐」
준「그, 그래……?」
와타세「그래, 가슴을 펴」
준「헤헤……오늘의 대장, 뭔가 상냥한데~……」
준은 창백해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카자미도 안도한 것처럼 말한다.
카자미「그래. 덕분에 AD도 손에 넣을 수가 있었고요」
준「엣……AD 발견됐어?」
와타세「아아, 너희가 기절한 동안에 투여도 해뒀어」
준「다행이다, 이것으로 일단 안심이구나」
에나「그렇네……소화 시스템도, 분명히 다시 작동하는 것 같고」
와타세「그래, 이걸로 불에 당한다는 위험성은 줄어들겠어」
카자미「게다가 아래층의 불씨가 진화되면 곧 평범하게 걸을 수 있게 되겠지요」
에나「저기, 소화와 환기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카자미「어떨까요, 10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발이 묶이는 건 좀 곤란하지만――
와타세 (그러나 생각해 보면, 피로도 쌓였고……)
와타세도 그러니 여성들은 더 괴로울 것이다.
와타세「……그럼 유우리의 의식도 회복되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쉬지 않을래?」
카자미「그러네요. 어차피 움직일 수도 없고」
준「찬~성」
와타세들은 랩 안의 소화가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