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소지품을 분실하였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십니까?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1. 사건의 발단
각설하고 일본 여행을 하면서 소지품을 분실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입국하자마자, 공항을 벗어나기 직전에 겪게 되었다. 뭘 어떻게 하면 출국 시도 아니고 입국 시 바로 잃어버리나 싶겠지만 나름 변명할 수 있는데, 어쨌든 덕분에 간사이 국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으며 이것은 우여곡절 끝에 입국 수속을 마친 시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트래블월렛의 잔고를 털기 위해 ATM에서 출금까지 끝낸 뒤 ‘이 몸 간사이 국제공항에 서다!’ 와 같은 인증샷 한 장을 찍고 당초 예정한 바대로 공항 리무진 버스를 찾기 시작했다. 원래는 한 4시 넘어서 차를 탈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더 빠른 버스를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주저하지 않고 공항버스 정류장을 확인하고 이동시간이 넉넉잡아 1시간 30분쯤 걸릴테니 화장실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화장실을 이용하고 시간을 보니 버스 시간이 약 5분쯤 남은 상태 . 바로 티켓을 사서 타려고 했는데 웬걸 분명 카드 결제가 된다고 들었는데 매표소 기기에 카드 투입구가 없었다. 나는 멍청하게 현금 투입구에 소심한 동작으로 카드를 쑤셔넣어 보려다가 근처에 조금 다른 모양으로 된 발권기를 발견했다. 한 서양인이 발권 중인 모습에 어떤 확신을 느끼고 줄을 섰고 왕복으로 표를 끊기까지 시간은 거의 4분 경과. 대충 이거 맞냐고 표 보여주고 버스 기사에게 묻고 짐 맡기고 허둥지둥 정시 탑승, 그리고 바로 출발.
무사히 숙소로 가는 차를 탔다고 가족들에게 보고하던 중 내게 그러더라. “면세품은 어쨌어?“ 여기에서부터 공항에서 분실물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2. 간사이 국제공항에 연락하기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지하였지만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상태지 않는가. 그래도 이동 중 좌불안석으로 있을 수만은 없어서 열심히 검색해보니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전화해야 한다‘라더라. 실제로 전화부터 해야하는 건 맞는 듯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후 일정을 보류하고 바로 전화하기에 이른다. 내 경우 터미널 1에서 잃어버렸으므로 터미널 1 분실물을 관리하는 072-455-1620으로 연락했다. 일본 번호이므로 한국 번호로 연락을 하려면 국제전화로 해야 한다. 나는 특정 오타쿠의 기본 소양 일본 전화번호로 해결했다. 번호 개통할 때만 해도 일본 현지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할 줄 몰랐는데. 이런 용도로 쓸 줄은 몰랐는데. 인생의 복선이 회수되었다는 묘한 느낌과 외국어 장벽이라는 착잡함, 과연 분실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통화 연결음이 끝나기 전까지 이어졌다. “네, 간사이 국제공항 제1터미널입니다.(일본어)”
일본어를 읽는 건 조금 하지만 말하는 건 아직 어려우므로 12년 의무교육의 결과를 믿어보고 영어로 들이받았다. 나와 전화를 하는 상대방도 토종 일본인의 영어발음으로 응대해주니 마음이 놓인다. 면세점 종이백 안에 신품 들어있는 걸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여기엔 없다더라. 낙심하고 있는데 상담원이 다른 번호를 알려주면서 연락해보라고 했다. 이번에 받은 번호는 072-455-2500이었다.
검색해보면 저 번호로 먼저 연결해도 각 터미널 관할로 다시 하라고 하던 것 같은데 왜 전화하라는 거지. 통화가 많은지 긴 연결음 끝에 통화가 되었다. ‘내 이름은 뭐고 한국인이며 오늘 x시 x분경 면세품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장소는 간사이국제공항 제1터미널 화장실인것 같다. 종이백 안에 들어있으며 신품이고 색깔은 이렇다.’ 이런 내용을 떠듬떠듬 하급 영어 실력으로 말하니 상대방이 물어온다. “정확한 상품명이 뭔가요?”. 난 인터넷면세점에서 산 거라서 상품명을 읽어줬는데 문제는 이게 한국어로 적힌 외국어 발음일 거라 일본식 발음은 뭔지 모르겠다. 알아들었나? 되나? 긴가민가한데 여기에서 상담원은 꽤 자세하게 분실물에 대한 걸 묻더라. 문제는 내가 대답할 능력이 안 되었던 거지. 서로 말 안 통하는(주로 내 문제) 상황이 약간 지나가니 '간사이 국제공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디를 보고 눌러봐라'라더라. 근데 그거 따라하다가 못 찾아서 "전화번호밖에 없는데요…" 이러니 이 주소로 메일을 보내달라고 하면서 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메일 주소는 sc-lost@kansai-airports.co.jp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위 주소로 ‘면세품을 잃어버렸습니다’ 라는 제목에 본문 처음부터 ‘072-454-2500 로 전화 거니 메일 보내라 해서 보내요’라고 적고는 내용에 대략적인 나의 인적사항,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 구체적인 분실물 정보(사진 첨부)를 발송했다. 원래 면세품이든 뭐든 사진은 잘 안 찍는데 가족들에게 행적을 보고할겸 이번에는 장소를 이동하거나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다행히 종이백만이지만 사진이 있었으며, 내용물을 보진 않았지만 면세품이니 제품명이나 여권번호 등 내 정보에 대한 영수증(수령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인터넷면세점 구매내역과 구매내역의 파파고 번역본을 첨부해서 메일을 송신했다.
사고를 쳤지만 밥은 먹어야지. 당초 들르기로 했던 스시집은 싱숭생숭한 마음 탓에 입맛이 없어 패스. 대충 숙소 근처에 있지만 한 사흘째쯤 방문 예정이던 가게를 먼저 들르기로 했다. 밥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던 중 메일이 왔다. 무슨 내용일지 열어보니…
'사진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보관중인 게 당신의 분실물이라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의역)
면세점에서 산 물품이고 가격이 적은 상품은 아닌데 정말 발견해서 보관 중이란 말야? 공항 직원이 발견했다면야 그럴 수 있지만 일반 이용객들이 발견했으면 신품이고 그냥 가져갔을 수도 있는데. 아, 이게 선진국이고 시민의식인가… 하는 감동을 느끼고 우선 안도하였다. 받은 메일에는 2주 내 수령하라는 내용과 대리인을 통한 수령방법 등이 적혀있었다. 나는 입국하자마자 잃어버린 것이므로 출국할 때 직접 찾기로 마음먹었다.
3. 간사이 국제공항 제1터미널 2층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수령
우선 출국 전날 혹시나 싶어 ‘직접 찾으러 갈 건데 준비물 뭐 필요한지’에 대한 문의메일을 재차 발송했다. 그러니 위와 같은 수령장소를 알려주면서 신분증(여권) 가져오라더라. 장소는 맥도날드 바로 옆인데 인포메이션 센터 가보면 좌측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곳이 있고 우측에 줄 없는 부분이 있는데 우측으로 가야한다. 줄 서야 하는 줄 알고 섰더니 옆으로 가라더라. 거기에서 분실물 찾으러 왔다고 분실물센터와 주고받은 메일 보여주니(거기에 관리 번호라는 숫자가 적혀있음) 안에서 가져다준다. 분실물을 확인해보라 하는데 이게 맞으면 이제 일종의 수령증을 작성한다. 이름, 날짜, 주소, 연락처 기재하니 직원이 여권 보고 여권번호도 추가 기재한다. 그러면 수령 절차 종료. 여행 첫날부터 날 심란하게 만든 실수가 드디어 수습된 것이다.
4. 마무리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하고 느낀 건, 발견이 되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 외 어쨌든 뭘 잃어버릴지는 모르지만 웬만하면 짐들 사진은 찍어두어야겠고 구체적으로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 분실물에 대한 묘사를 되도록 정확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두 번째 상담원은 내 이름과 찾는 물품을 듣고 ‘어 이게 이 사람건가?’ 싶어서 자세히 물어보고 메일로 보내라고 한 것 같다. 보내라는 메일에 구구절절 적어도 영어회화 때보다는 자세히 묘사했으니 그때 읽고는 비로소 확신했을 것 같고.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찍은 사진 덕에 분실 시간대를 좁히는 게 가능했고 내 경우 분실 당일 바로 연락해서 일정상 공항 방문 수령이 가능했으며, 또 면세품 사진을 찍어두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조각들이 분실물 찾기에서 맞춰지는 경험이란. 우연과 운이 함께 작용했겠지. 다음에도 찾을 것이라는 낙관은 하지 않으므로 두 번은 잃어버리지 않으련다.
'메모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쿠라 모바일 개통 기록(일본 유심) (2) | 2024.12.20 |
---|---|
일본 공연을 보기 위한 준비 기록(일본 유심, 이플러스(e+) 가입 등) (1) | 2024.06.16 |
근황 (3) | 2023.12.31 |
4.29. (2) | 2021.04.29 |
근황 (3) | 2020.01.19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