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생각했는데 당신이 가진 리딩 슈타이너와 우리들이 가진 리딩 슈타이너의 질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흠? 갑작스럽네"
크리스가 그 화제를 꺼내는 건 오랜만이었다. 재회한 이후 다른 세계선의 기억을 꿈이나 데자뷰로 때때로 기억해내는 것 같고, 그때마다 "이런 일은 없었나"라고 바로 맞히는 것이다. 다만 완전히는 아니고 어렴풋이 툭툭 기억해내는 정도 같다. 본인 가라사대 "제비뽑기의 상자 안에 손을 넣어 당첨을 우연히 뽑는 느낌"이라고 한다.
"오카베는 세계선이 변동해도 기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오카베 자신은 다른 세계선의 자신의 기억을 엿볼 수 없어. 말하자면 일필휘지처럼 기억이 계속되는 거지"
"아아,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기억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지만 꿈이나 데자뷰를 통해 어렴풋 기억하는 경우가 있어. 8월에 당신과 재회했을 때 내가 당신이 말한 '크리스티나'에 반응한 것처럼. 그것을 단순한 꿈이나 환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리딩 슈타이너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일찍이 다른 세계선에서 페이리스나 루카코가 D 메일로 개변되기 전의 세계선의 기억을 기억한 것처럼. 그러나 그건 확실히 내가 가진 리딩 슈타이너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크리스는 그것을 "질의 차이"라고 했다.
"즉, 리딩 슈타이너는 능력이 아니라 체질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그래서 오카베같은 타입과 나같은 타입으로 나뉘지. 대부분 후자지만"
"흠……체질인가. 이제 와서 보니 그렇게 여기는 것이 바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걸"
"그래. 당신은 신에 가까운 관점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단순한 돌연변이체. 오히려 변동 후의 세계선의 기억이 없음, 주위와의 정보 불일치, 인식의 오차 등의 불편도 많았던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가진 체질과 당신이 가진 체질에 우열은 없고 단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
"과연"
"오히려 자신들의 상황을 메타적으로 보는 우리들이 이득을 보기도 하고. 게다가 오카베라는 다른 세계선의 기억을 계속 갖고 있는 인물이 곁에 있으면 그것이 실제 있었던 사건인지도 확인할 수 있지"
"……뭐냐, 즉, 난 꽝을 뽑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뭐, 요약하면 그렇네"
넉살 좋게 그렇게 말하는 크리스에게 나는 그대로 촙을 날랐다. 아프다고 불만하면서 크리스는 겨우 넥타이를 정해 내 목에 둘렀다. 손에 익은 행동으로 매듭을 만들고 꽉 맨다. 괴롭지 않게 겨우 제대로 맨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좋아, 완성"
크리스는 마지막으로 옷깃을 양쪽에서 잡아 당겨 정돈하고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몇시야?"
"지금은 여덟 시. 이제 나갈 시간이네. 조심해"
"그래"
"맞다 맞다, 선물 사오고"
"……그건 저녁 식재료 말하는 건가?"
"네, 정답"
현관문까지 배웅되어 한 번 돌아 본다.
"다녀오세요, 오카베"
"몇번이나 말했잖아, 너도 오카베가 아닌가"
"네 네 린타로"
"……정말이지"
결혼 후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은 두 명은 괜찮지만 세 명은 조금 좁다. 아이가 크기 전에 이사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내 고민은 어쩔 수 없이 너무 평화적이라 긴장감이 부족했다. 덧붙여서 오늘 출근길의 머리 속 의제는 저녁의 메뉴다. 너무 태평해. 뭐, 나쁘진 않지만.
"다녀오겠습니다, 크리스"
현관 앞에서 미소짓는 크리스에게 배웅된 나는 아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아침의 길을 걸어 가는 넓은 그 등을 배웅하면서 나는 오카베에게 들리지 않게 살며시 바람에 녹아들듯 말한다.
"다녀오세요"
지금은 아직 비밀로 해 두자. 이것은 오카베에게 물어서 확인할 수 없는 추억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양지같은 날들은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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