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는 그런 당신을 알아채지 못해서 후회했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닳아버릴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어"
팔에서 힘이 자연스럽게 빠져서 나는 팔을 느릿느릿 내렸다. 크리스는 한 손으로 자신의 손목을 가볍게 문질렀다. 사과해야 한다. 용서해 주지 않더라도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입술이 무거워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도 믿고 싶지 않았어. 이런 거짓말은 단순한 장난일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하지만 당신은 실제로 타임 리프를 하고 있고 그것에 괴로워하고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메일 믿지 않았을 거야. 장난이라고 무시했겠지"
살며서 손이 뻗어 온다. 크리스의 가늘고 매끄러운 손가락이 내 뺨에 조심조심 닿았다. 나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면서 내게 손을 뻗는 크리스를 그냥 멍하니 바라본다. 눈물이 너덜너덜하게 크리스의 뺨을 타고 떨어진다. 눈물이 섞여 알아 듣기 어려운 목소리로 크리스는 말했다.
"정말 루프를 몇 번이나 반복한 거야?"
아이를 설득하는 것 같은,
"얼마나 괴로워한 거야?"
상냥하게 감싸는 것 같은,
"그때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내게 말을 건 거야……?"
오래된 일을 생각해 내는 것 같은,
"……계속 계속. 괴로워했는데,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오카베"
깊은 후회를 담아, 너는 내게 손을 뻗어 꽉하고 껴안았다. 나는 비틀비틀 뒤로 물러나다가 책상에 부딪친다. 아까 크리스가 있던 자리에 이번은 내가 기대고 있었다.
나는 내게 매달려서 "미안해, 미안해"를 반복하는 크리스의 등에 정신차리고 보니 손을 뻗고 있었다. 틀려, 네가 사과할 필요 따위는 어디에도 없는데. 도망치던 건 난데. 꼭 껴안았다. 크리스의 몸은 작고 부드러웠다. 감귤 종류같은 좋은 냄새가 났다. 나와는 전혀 달랐다. 뼈나 피부나 세포 그 자체부터 다른 것으로 생성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어디까지……?"
"? 뭐가?"
"어디까지, 너는 알고 있지"
"……아마 당신이 절대로 모를 것까지 알고 있어. 알 방도가 없는 것까지"
"그건 무서운데"
크리스는 약간 익살스럽게 보인 내게 작게 웃어 주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들은 그대로 꼭 껴안고 있었다.
"미래의 내가 말했어. 당신이 할 수 없었던 것을 해줬으면 한다고"
"내가 할 수 없었던 것?"
"응"
크리스는 나를 껴안은 채로 팔을 뻗어 내 등쪽에 있는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렸다. 떨어지는 편이 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D 메일을 보내서 과거를 개변한다"
"……네가 그런 말을 하게 될줄이야"
"그렇지, 나도 의외야. 과거를 바꾸는 건 절대로 싫다고 생각했는데"
"타협인가?"
"타협일지도. ……그렇게 하면서까지 바꾸고 싶다고 말한 미래의 내게 영향을 받았을지도"
부서진, 평소의 대화로 가장했을 뿐인 부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난 당신이 루프하는 이유가 된 메일을 지울거야"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둘 건가?"
"그만두지 않아. 당신이 할 수 없다면 내가 해. ……실은 무사히 IBN5100가 손에 들어 오는 처음의 세계선까지 개변하고 싶지만 그건 할 수 없는 것 같으니까"
나는 세계선을 넘으면서 기억을 유지할 수 없다고 크리스는 말했다.
"분명 D 메일을 보낸 순간 세계선이 바뀌고 나는 미래의 내게서 D 메일을 받은 것도 이렇게 루프한 당신과 대화한 것도 잊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
"미안해. 기억하지 못해서"
아까부터 크리스는 사과만 한다. 왠지 녀석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지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아마네 씨와의 추억을 지우게 돼. 하지만 난 그럼에도 당신을 이 루프에서 탈출시키고 싶어. 미래의 내게서 이대로라면 아무도 구해지지 않는다는 걸 들었으니까 간과할 수 없어"
준비가 끝났는지 타이핑 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크리스는 다시 내게 꼭 안겼다. 나는 바로 아까까지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한 루프에 대한 집착이 질퍽질퍽 녹아 내려 몸속에 스며들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이었다.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을 크리스가 대신에 해 주는 것에 안도할 뿐인 비겁한 놈이었다.
"……한심해서 미안"
"나는 당신의 조수잖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뭐야, 조수라고 인정했나"
"여러 가지를 알게 된 지금이니까 조수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크리스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빨개진 눈이 가만히 이 쪽을 보고 있다. 팔을 뻗어 내 이마에 손이 닿았다. 분명 아까 흐트러진 앞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는 것 같았다.
"……이런 걸 알 리가 없잖아, 바보"
"무슨 말이야?"
"이쪽의 이야기"
크리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의미를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반드시 당신의 힘이 되어 줄게. 어떤 세계선에서라도 무엇하나 기억하지 않아도 당신의 힘이 될테니까. 꼭 내게 말해줘"
"아아, 알겠어. 약속한다"
내가 수긍하자 크리스는 웃었다. 크리스의 손가락이 다시 컴퓨터의 키보드로 뻗어져 엔터키를 눌렀다. 잠시 후 방전 현상이 시작된다.
크리스는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조작해서 메일 화면을 열고 내게 보여줬다.
「미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해마에 전극을 푹 찌른다」
과연, 이거라면 난 부들부들 떨면서 미행을 그만둘 것이다. 너는 나를 잘 알고 있다. 이제 스즈하는 망가지지 않은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내가 타임리프를 반복할 이유가 없어진다.
스즈하와 우리들의 추억도 없어진다.
"――돌이킬 수 없게 해서 미안해"
나야말로 미안해. 도망쳐서, 루프를 선택해서 미안해. 네게 이런 역할을 강요해서 미안해.
눈앞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한 방전 속에서 크리스는 휴대폰의 발신 버튼에 살며시 손가락을 댔다.
"안녕"
마지막으로 크리스가 뭔가를 말한 것 같다.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기우뚱하고 세계가 기울고 왜곡되어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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