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올라 오는 소리가 난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아, 그런가' 라며 어딘가 체념 비슷한 기분을 안고 있었다. 사실 따질 필요 따윈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듣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다.
자신의 휴대폰을 연다. 거기에 표시된 한 통의 메일을 보고 나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당신은 거짓말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이 메일이 '그때'의 당신에게 도착했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기적이며, 기회입니다」
달칵하고 문이 열린다. 나는 화면을 스크롤 하여 메일의 시작 부분으로 돌아간다. 그 문구를 바라본다.
「처음 뵙겠습니다, 2010년의 마키세 크리스」
도망칠 수 없다. 돌아올 수 없다. 돌아오지 않는다.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다.
「저는 2034년의 당신입니다」
***
몸이 무겁다. 세계가 어둡다. 13일의 저녁, 정해진 루틴(routine)처럼 이 계단을 오른다. 한 계단 한 계단. 발끝이 탕하고 계단 끝에 걸렸다. 구를 뻔했다. 아프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타임 리프하면 통증도 없어진다. 여기서 자신의 팔이나 목을 긁어 잘라 피투성이가 되어도 타임 리프하면 모두 없었던 것이 된다. 세계가 이렇게나 어두우니까 한 번 정도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피가 나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언제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라운더의 총알에 맞아도 당분간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괜찮을 것이다. 조금쯤은 다 죽어가도.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조금 머리를 정리하자. 검은, 검은 것에 습격당해 자아를 잃어가고 있다. 안 돼.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게 몇 번째의 타임 리프라고 생각하는 거야. 몇 번째였지? 나중도 있는 건가? 달라 달라 달라 그게 아니야 나는 계속 이 루프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계속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 는. 데.
어제는 사이클링을 하러 갔다. 오늘은 크리스가 타임 리프 머신을 완성하자 나는 즉시 전원을 해산시켰다. 개발평의회는 내일 한다. 모두에게는 한 사람 당 하나의 재주를 선보이게 할거니까 돌아가서 준비해라. 그런 적당한 말을 한 것 같다. 아마도. 나는 랩 앞에서 다루, 크리스와 헤어지고 마유리를 역까지 데려다줬다. 지금부터 랩으로 돌아가 타임 리프를 한다. 괜찮다, 파악하고 있다. 이해하고 있다. 뒤는 타임 리프를 할 뿐. 괜찮다. 기억한다. 제대로 알고 있다.
랩의 계단 끝이 어둡다. 위로 올라가는 건데 아래로 내려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 느릿느릿 문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이미 익숙해졌을 터인 랩의 문이 뭔가 다른 것 같아, 예를 들면 뻐끔 열린 큰 입처럼 느껴졌다. 삼켜져서 씹어 부수어져서 식도를 질질 넘어가 마지막에는 위산에 녹는다.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문을 열어도 거기에는 현실이 있을 뿐이다. 내가 계속 도망치는 현실이 거기에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달칵. 문이 열린다. 나는 랩에 발을 디뎠다.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아무도 없다고 믿고 있었다.
"타임 리프하러 왔어?"
그래서 나는 연구실에 있던 그 그림자에 눈을 크게 떴다. 창문도 없고 전등으로 밝히지 않은 개발실은 어둡고 단지 테이블 위에 자리잡은 퍼스널 컴퓨터의 모니터가 희끄무레하게 켜져있었다. 한 여자가 책상에 기대어 서있다. 평소처럼 심지 곧은 눈이 냉담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쭉 뻗은 다리가 느슨하게 교차해 발가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있었다. 모니터의 빛이 그녀의 상반신의 윤곽을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왜냐, 어째서지.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냐, 크리스"
"……확인하기 위해서 왔어"
"무, 무엇을?"
동요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같은 이틀을 반복하는 나는 자극을 요구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내성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타임 리프를 하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크리스가 컴퓨터 옆에 있으니까, 그녀의 힐문을 피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당신은 타임리프를 한 거야?"
"……"
"그것도 이 이틀을 끝없이. 13일 밤에 마유리는 반드시 죽고 수리된 타임 머신으로 아마네 씨가 과거로 날아가면 자살하니까 그 두 개의 사건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도망치기 위해, 이 이틀을 계속 루프하고 있냐고"
"뭐……!"
어떻게 네가 그것을 알고 있어. 이상하다. 이상하다. 있을 수 없다. 네가 그 머신을 만들었으니 타임 리프를 깨달아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상하다. 크리스가 그 이유를 알 리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모두 털어 놓은 것은, 이 타임 리프를 결정하기 전의 이야기다. 덮여쓰여서, 그녀 안에서는 이미 '없었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설마, 너도 타임 리프를 한 건가……?!"
"지금 너'도'라고 했지. ……사실이구나"
나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문다. 물정에 밝지 않았다. D 메일 실험 때도, 결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크리스가 타임리프를 했을 리가 없다. 라운더가 가장 처음으로 랩을 습격했을 땐 스스로 타임 리프 하려고 했지만, 그건 마유리의 죽음이라는 사태를 목격했기 때문일다. 크리스는 살짝 한숨을 토했다. 무언가를 단념해 버린 것처럼도 보였다.
"미래의 나에게서 D 메일이 왔어"
"에……?"
"믿을 수 없지. 그토록 시행착오가 어떻게 라든지 말했으면서 어쩔 수 없게 되니 결국 과거를 바꾸는 쪽을 선택하다니"
"미래의, 네게서…?"
그것은 즉 SERN에 의해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에서라는 것일까? 마유리가 죽고 나와 다루와 크리스가 SERN에 잡히는 시대. 스즈하가 바꾸려고 한 미래. 그 시대의, 네게서?
"거기에 전부 적혀있었어. 세계선의 수속과 변동. 앞으로 미래에 일어나는 것. 13일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줬으면 하는지"
크리스가 팔을 뒤로 해서 컴퓨터의 엔터키를 누르려고 했다. 나는 순간에 크리스에게 달려가 그 팔을 잡았다. '아파'하고 크리스가 날뛰며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크리스는 내 팔로부터 도망치려고 했지만 남녀의 힘 차이가 역력했다. 크리스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윽, 놔!"
퍽하고 뺨을 때린다. 찡한 아픔이 전해지며 머리에 피가 올라와 뜨겁게 되는 것을 느꼈다. 뭐야, 뭐야 이 녀석은,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단지 타임 리프를 하기 위해 여기로 왔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되는 거야 적당히 해 적당히 해 적당히 해!! 웃기지 마!!!
크리스의 팔을 잡아 올린다음 쿵하고 벽에 꽉 누른다. 아까 억누른 거무칙칙한 감정이 다시 올라와서 내 마음을 통째로 덮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뭘 해도 타임 리프하면 없었던 것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억지로 너를 범해도 된다"
위협과 같은 말에 크리스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이 녀석도 여자다. 게다가 연구직이며 약하고 가는 팔은 당장이라도 뚝하고 소리를 내며 부러질 정도로 가냘펐다. 힘으로 억압되고 언어와 법률을 빼앗긴 여자는 남자에게는 이길 수 없다.
변화에는 모든 눈을 돌리고 억눌러서 없었던 것으로 하면 된다. 그렇게 이틀을 반복해 가면 된다. 그러면 무서운 일은 아무것도 방문하지 않는다.
크리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당신은 이틀을 반복했구나"
크리스는 떨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반복했구나, 가 아니다. 반복한다.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도 쭉 이 이틀은 이어진다. 즐겁고 아픔이 없는 행복한 이틀을 반복한다.
"그럼 왜 당신은 그렇게 괴로워 하는 거야"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헉하고 크리스를 바라본다. 멍하니,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이해하고 등골이 차가워졌다. 범한다니, 뭐야,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녀석은 랩멤버인데, 내 소중한 친구인데. 나는 무엇을. 무엇을 하려고 핸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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