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에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 스즈하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기능을 잃고 망가진 타임 머신에서 스즈하를 어떻게든 끌어내 해가 저물기 시작한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자주 봐서 익숙한 것도 본 기억이 있는 것도 무엇하나 없었다. 주변 주택이나 펼쳐진 전원을 보고 여기가 일본이라는 것은 간신히 알게 되었지만 아키하바라는 아니다. 어쩌면 착지 장소를 측정하는 기기도 고장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에 도착한 걸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잃지 않았다. 내 기억은 확실히 타임 트래블을 한 8월 13일부터 계속 내 안에 있었다. 이건 세계선이 바뀌었다는 것일까. IBN5100을 손에 넣어 미래의 우리들에게 맡기는 것이 허락되는 걸까. 나는 D 메일에 의한 세계선 변동은 인식 할 수 있지만 타임 트래블이나 타임리프로 인한 미약한 변화는 감지할 수 없다. IBN5100의 입수는 그 '미약' 안에 들어가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아니라 2010년 시점의 '나'만 알 수 있는 것이다.
품 안에서 스즈하가 으응하고 신음했다. 깨어나면 그녀는 기억을 잃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전에 그랬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은 내가 있다. 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 최악의 사태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린다. 만약 스즈하가 기억을 잃었다면 이녀석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이 시대의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고 친척도 없이 그 속에서 둘이서 살아가는 것은 분명 큰일이다. 엄청난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다녀오세요, 오카베
하지만 나는 앞으로 이 시대에 살아가려고 한다. 네가 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과거로 타임 트래블 하는 것은 도망이라고 한탄한 내게 네가 목적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IBN5100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에게 맡긴다. 너의 엄격하면서도 상냥한 그 말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어쩌면 너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신의 뺨을 두드린다. 네가 헤어질 때 접했던 내 뺨을 이번은 팡하고 강하게 두드린다. 서서히 아파져 눈물이 나왔다. 이제 그 시대의 너희들과 만날 수 없다고 강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뻥하고 구멍이 뚫린듯한 기분이었다. 이 틈새는 분명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무언가로 막는 것보다 틈새에 바람이 들어올 정도로 그 존재를 상기하는 쪽이 잊지 않게 만드니 그편이 낫다.
나는 평생 이 틈새를 안고 살아간다.
***
교수님의 집을 방문할 때는 먼저 문에 노크한다. 교수님이 계시면 한 마디 대답이 돌아오고 그렇지 않으면 열쇠를 사용하면 된다. 열쇠를 건네받은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단으로 방에 들어가는 것은 조금 주눅이 든다. 그런데도 교수님이 없으니까 돌아가자고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나는 이 집이 정말 마음에 든다.
똑똑하고 노크를 하면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돌아온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미안하지만 오늘은 세미나 상담은 하지 않는다. ……인데 너구나"
뭔가 공적인 일이 있었는지 교수님은 평소보다 제대로 다림질 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를 매면서 이쪽을 엿보다 나를 보자 작게 웃었다. 또 왔냐고 기가 막힌듯한 느낌이지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거기에 안도하며 교수님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외출하세요?"
"그래. 모임이 좀 있어서 말이야"
"……저, 돌아가는 게 좋을까요?"
"이제 와서 뭘 사양하는 거니. 원하는 만큼 있어도 돼. 돌아갈 때에 문단속만 해주면 문제 없다. 신경쓰인다면 거기"
교수님은 책상 위와 그 아래인 마루에 쌓인 책을 가리켰다. 하나, 둘, 셋, 책의 탑이 되어있다. 게다가 모두가 내 허리를 가뿐히 넘었다.
"시립도서관 쪽과 대학 도서관 쪽과 사유물을 분류해주면 좋겠군"
"너무 빌렸잖아요! 그보다 전 몸종입니까?!"
"할 마음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돼. 여기에 온다는 건 한가하단 거겠지?"
교수님의 추측은 맞았다. 정말 바쁘면 원래 여기에 오지 않는다. 내 가방 속엔 다시는 보지 않을 정도의 리포트와 짬을 내서 읽으려던 책이 몇권 들어있을 뿐이다. 시원스럽게 간파된 것이 억울하고 이길 수 없다고 탄식을 자아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넥타이의 매듭을 꽉 매고 교수님은 거울로 그것을 확인했다. 높은 사람이라도 만나는 걸까. 그러고보니 머리도 평소보다 제대로 다듬어져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서 교수님은 후와아하고 크게 입을 벌려 하품했다. 모처럼의 정장도 엉망이 될 정도로 바보같은 하품이었다.
"수면 부족인가요? 엄청난 하품이네요"
"응? 아아, 뭐. 꿈을 꿨어"
"안 좋은 꿈인가요?"
"오늘 뿐이다. 상당히 그리운 꿈이었다"
교수님은 가방 속을 보며 몇 가지 자료를 확인하고 좋다고 수긍했다.
"미안하지만 뒤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아, 교수님 잠깐만요"
"응?"
"실례합니다"
나는 멈춰 서는 교수님의 정면으로 돌아가서 비뚤어진 칼라를 바로잡았다. 정말이지 넥타이나 헤어 스타일엔 신경쓰면서 왜 이렇게 알기 쉬운 장소를 간단히 놓치는 건가. 손가락으로 가볍게 펴서 정돈하고 교수님을 보니 뭔가 기분이 나쁜듯이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교수님?"
"어? 아아, 아니……아무것도 아니다"
"? 그렇다면 좋은데.……좋아, 이걸로 됐습니다"
OK 사인을 내자 교수님은 웃으면서 내 머리를 탁하고 가볍게 두드린다. 고맙다는 말에 나는 후훗하고 뺨을 느슨하게 했다. 아버지에게 칭찬받은 것 같은 좋은 기분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조심해주세요"
"그래"
"선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거 참. ……기대한다니"
문에 손을 대는 교수님을 향해 나는 말을 건다.
"다녀오세요, 교수님"
교수는 한 번 돌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간격을 두고
"아아,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답했다. 문이 닫히자 나는 교수님의 책상을 돌아본다. 쌓여있는 책의 탑을 보고 "자, 시작할까"라고 말하며 소매를 걷었다.
***
'다녀오세요'라는 말에 꿈의 광경이 플래시백했다. 요즘은 꾸지 않은 꿈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 사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임 트래블을 해서 왔을 때 생긴 틈새는 메워지지 않은 채 묻혀지지 않은 채. 뻥 뚫린 그대로다. 시간도 사람도 그 틈새를 메우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대로도 좋다. 그쪽이 그 시대를 동료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대로도 좋다고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너와 만나면 그 틈새가 천천히 부드럽게 감싸여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틈새가 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거기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따뜻한 타올담요을 덮는 것이 허용되는 것 같았다. 기억하기 위해 자신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외톨이를 해소해준다고 했는데 이래서야 구해진 건 내가 아닌가. 열쇠 하나로는 부족할 정도로 나는 네게 도움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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