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미나의 교수는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다. 대형 교실의 마이크를 사용해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웃거나 알 수 없는 발명품을 만들어 교실에 반입한 결과 전기를 너무 써서 건물 하나를 정전시킨 적도 있다. 하는 것마다 어쨌든 엄청나다. 특히 의미 없이 항상 백의를 입고 있는데 학회같은 게 있을 때만은 마지 못해 정장을 입지만 그때는 엄청나게 기분이 나쁜 얼굴을 하고 텐션도 낮다. 네가 애냐.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말하고 싶을 것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라는 건 어쨌든 불합리하면서 평등한 것이라 그 괴짜 오카베 교수에게는 놀랄 정도의 미인에 머리가 좋은 부인이 있는 것이다. 덧붙여서 불합리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의 부인에게 반했을 많은 이케멘 과학자나 부자에게 그렇다는 것으로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이상한 교수님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이지 세상이라는 건 모르겠다.
언젠가 교수님에게 넌지시 부인과의 첫만남을 물었는데,
"모든 건 운명석의 문(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다"
이라고 말했다.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중2병 적당히 해라.
"오카린 교수님―"
"이봐 적어도 오카베 교수님이라고 불러줬으면 하는데"
"오카베 교수님, 졸업 논문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흠, 우선 목차만 만들어와라. 검토해 주지"
"아, 그건 만들어 왔습니다"
"줘 봐"
평상시엔 중2병 괴짜지만 상담에는 제대로 응해주는 것이 오카베 교수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에게 이끌려 오카베 세미나를 선택한 사람이다.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오카베 교수의 전공이 비슷한 것도 이유지만, 더 경험 많고 지식도 풍부한 초로의 교수가 있던 것도 사실인 것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오카베 교수는 상당히 인기가 있다. 특히 여자. 뭐 무엇보다 젊기도 하고. 학부 특성상 여자가 적을 텐데 오카베 세미나는 여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흠……"
겨드랑이에 서류를 끼고 턱에 손을 대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오카베 교수는 차분히 내가 만든 졸업 논문의 초고를 바라보고 있다. 특별히 이케멘이라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꽤나 멋진 것이다. 중2병이지만.
"……응? 이건 무슨 뜻이지?"
"어떤 부분이요?"
이거라고 가리키는 오카베 교수의 손 안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오카베 교수보다 훨씬 키가 작기 때문에 살짝 발돋움을 하게 된다. 오카베 교수는 그걸 바로 알아채 조금 허리를 굽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런 부분이 치사하네. 또래인 남자와 큰 차이다. 나는 살짝 설레면서 발뒤꿈치를 내렸다.
파삭파삭파삭, 쿵, 그런 소리가 난 건 그때였다.
"?"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자 깜짝 놀랄 만한 미인이 수라 또는 나찰같은 얼굴로 거기에 서있었다. 아니 반야인가. 반야일까. 미인이다보니 화난 얼굴에도 박력이 있다. 될 수 있으면 웃어 주세요. 아니 정말로. 분명 그쪽이 세계평화에 연결된다. 그녀의 주위에는 서류가 들어간 두껍고 큰 봉투나 책이어질러져 있다. 아까의 소리는 이건가.
그건 그렇고 뭔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확실히 오카베 교수 책상 위에 있던 사진――
"……오―, 카―, 베―……"
"너도 오카베잖나. 왜 그래, 크리스"
그래, 짐작 간다. 오카베 크리스. 결혼 전의 성은 마키세. 오카베 교수의 부인이잖아. 뇌과학으로 유명한 엄청난 미인. 나도 그쪽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뇌과학을 전공하는 남자 사람 친구가 마키세 크리스의 엄청난 팬이라 "이번에 오카베 교수에게 부탁해서 사인 받아와" 라고 했던가. 어쩔 수 없어서 오카베 교수의 싸인을 받아 건내줘서 통과했지만.
"왜 그래, 가 아냐!!"
오카베 교수의 부인――귀찮으니까 크리스 씨라고 부르자. 크리스 씨는 떨어트렸던 두꺼운 책을 한 권 잡고 마음껏 오카베 교수에게 휘둘렀다. 어 잠깐 뭐야? 갑자기 가정 폭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카베 교수는 크리스 씨의 책을 정확히 파악하곤 책을 눈앞에서 잡았다. 그게 뭐야 어떻게 그게 일상다반사야?! 내가 충격받은 동안에도 크리스 씨는 두번째 공격을 계속 내보낸다. 그것도 오카베 교수는 블록.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학 복도에서 할 것이 아니다.
"훗, 네 기술은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도대체 몇년동안 교제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바보 바보 바보! 오카베는 바보! 뭐야, 어린 아이에게 관심갖고 최악이네! 이 바람둥이!!"
"하? 넌 대체 무슨……"
"이제 몰라! 이혼할거야―!"
미모의 부인은 마치 십대 소녀처럼 앳된 목소리로 불온한 한마디를 내뱉으며 들고 있던 책을 붕 던져 그 자리에서 떠났다. 마지막 일격은 멋지게 교수의 머리에 클린 히트. 그대로 넉다운. 쓰리- 투- 원 땡땡땡. 누군가 승리의 팡파레를 부탁한다.
엄청난 폭풍우의 뒤에 남은 것은 나와 바닥에 쓰러진 오카베 교수와 그것을 바라보던 구경꾼이 몇명. 크리스 씨는 벌써 어디론가 가버렸고 오카베 교수는 머리를 움켜 쥐면서 느릿느릿 일어났다.
"……오카베 교수님……"
"……크리스는?"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그런가…… 그럼 졸업 논문에 대한 건데"
"아니,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괜찮다. 크리스는…… 아내의 일은 나중에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렇게까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야"
괜찮으니까 졸업 논문을 보여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 씨가 온 거였나 하고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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