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실수 없이 단념했지만 한쪽 발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부유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짝 발을 들어 구두를 보니 굽이 밑동에서 똑 부러져 있다. 싸구려였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한 발로 뛰어 근처의 벤치까지 가서 거기에 앉았다.
"……하아"
일단 앉으니 점점 냉정해지고 나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오카베가 허리를 구부리고 여자애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무심코 확 돌아버렸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저런 장소에서 키스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대학 복도의 한복판이다.
"게다가 오카베가 바람필 리 없는데……"
말로 꺼내보면 심한 사랑 자랑이지만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오카베가 바람핀 적은 한 번도 없다. 말로는 가슴 작다든지 여자의 매력이라든지 더 할 생각이 없을 정도로 실컷 싸우긴 했다. 하지만 어떤 때라도 결코 왼손의 반지를 빼지 않는 그의 성실함을 의심하다니 심한 짓을 했다. 후회로 눈물이 차분히 떠오른다.
짝짝, 뺨을 때렸다. 역시 젊은 여자와 비교하면 탄력도 윤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젊지 않구나"
연구 동료에게 뭔가 피부가 거칠어지네요, 라고 말한 것을 마음 어디선가에서 신경쓰던 것 같다. 확실히 요즘 좀 철야가 이어지고 피부도 거칠어지고…… 조금 살찐 것 같아. 연구에 집중하다보니 식생활도 흐트러지고.
연구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에 집을 비우는 횟수도 늘어나서 최근엔 오카베를 만날 시간도 줄어들고 말았다. 그걸 눈치채고 연구를 억지로 끝맺은 다음 오카베의 강의가 끝나는 시간을 가늠해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데도.
"……만나러 오지 않는 편이 나았겠지"
만나지 않을 때는 괜찮은데 만날 수 없다고 깨달으면 바로 그때 만나고 싶어진다.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서 만나러 오다니, 철야를 계속해서 머리가 꽃밭이 되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여고생인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마음껏 오카베를 책으로 때리고 힐은 부러져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오카베에게 연락을 해서 마중 나와달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솔직하게 사과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이렇게도 고민하지 않았다.
뭔가 엉망이다. 만나고 싶어서 왔을 텐데 일방적으로 화 내던 끝에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울게될줄은.
"……"
서서히 시야에 눈물이 떠오른다. 어떻게 하지. 오카베, 오카베. 이혼은 거짓말이니까. 그런 건 싫어. 최저라고 말해서 미안해요.
한 번 마음이 약해져 버리면 모든 것을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캠퍼스의 대학생에게 보이지 않게끔 얼굴을 숙이고 있자 자주 봐서 익숙한 구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신은지 오래되어서 발 아플텐데. 아, 라고 깨달았을 때 기가 막힌 듯한 소리가 위에서 내려왔다.
"정말이지. 누구에게 물어도 목격 정보가 입수된다고. 너는 이과 대학에서 자신이 유명인이라는 것을 조금은 자각해라"
얼굴을 들지 못하고 나는 꽉하고 무릎 위에서 손을 잡았다. 오카베는 내 모습이 이상한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내가 가만히 구두를 가리키자 이해한 것 같다.
"뭐야, 굽이 부러졌나"
"……응"
"정말이지, 빠졌네. 그런 구두로 전력 질주하니까 그렇지"
"시끄러워"
오카베는 자신의 백의 소매를 조금 당겨 그 부분을 펴서 톡톡 내 눈가에 대고 눈물을 닦아줬다. 잠자코 있는 내게 손수건은 없으니까 참으라고 오카베는 말했다.
"……오카베"
"뭐냐"
"화내지 않을 거야…?"
"혹이 아픈데"
"……미안"
"이혼은 상처였어"
"죄, 죄송합니다……"
내가 초조해하며 사과하자 오카베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외로 냉정하네. 광분한 상태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화낼만한 걸 했어?"
"안 해. 노려보지 마"
"……아까의 애는?"
"오카베 세미나의 학생이다. 졸업 논문 상담을 받고 있었다"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어"
"완전히 잘못봤다. 저쪽의 키가 작아서 숙여줬을 뿐이야"
오카베는 이쪽에 등을 돌리고 숙인다음 자, 하고 내게 말을 건다. 나는 주뼛주뼛 오카베의 등에 다가갔다. 오카베는 읏차, 하고 아버지같은 구령과 함께 나를 업었다.
"훗, 정말로 우리 조수의 질투는 곤란하네"
"그러니까 나는 조수도 크리스티나도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에?"
"일부러 세미나실까지 왔으니, 용무가 있던 거지?"
오카베가 나를 업은 채로 조금 이쪽을 돌아 본다.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는 자신의 이마를 오카베의 귀 언저리에 붙이고,
"……벌써, 실현되었으니까, 됐어"
"그런가? 그렇다면 오늘은 이대로 돌아간다"
"응"
꽉 오카베에게 매달린다. 목을 조르지 마, 라고 농담 섞인 말이 돌아왔다.
"오카베"
"그러니까 너도 오카베잖아"
"린타로"
"……뭐야"
부끄러움 쪽이 이기기 때문에 좀처럼 이름으로 부를 수 없지만 항상 불평하는 오카베는 막상 불리면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머리, 미안해"
"그렇게 솔직하게 사과하면 상태가 이상해지잖아"
"이혼은 하지 않으니까"
"당연하다"
"그리고"
"더 있나?"
"돌아가서 키스 해줘"
"……"
"잘못 본거라고 해도 내가 불쾌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당신은 내 불쾌감을 해결해줘야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
"……마, 말해 두지만 별로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장 효율이 좋을 뿐이니까"
대담한 말을 해 버렸다고 깨닫아 당황하며 부정하지만 오카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기가 막힌 걸까 생각하고 조금 얼굴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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