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무슨 일인가요? 아, 혹시 오카베 교수님을 만나러 오셨습니까? 교수님은 오늘 이 시간 강의가 있어서요. 아아 네, 커리큘럼이 좀 바뀐 것 같아서.
……괜찮다면. 세미나실에 오시는 거 어떤가요? 아뇨 사양하지 말아 주세요. 더럽고 정리되어있지 않고 냉장고에는 닥페 뿐인 것 같은 세미나실이지만 교수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앉을 곳도 있습니다. 부디 부디!
달칵.
자, 어서오세요 오카베 세미나실에! 이런 꼴입니다만 잠시 기다려주세요 없어. 앗, 호이. 영차. 자 부디! 앉아주세요! 에? 집에서는 공간이 있으면 짐을 놓기 때문에 앉을 때는 의자 위의 짐을 책상위에 올립니다. 젠가 같은 거죠. 무너지면 전부 정리한다, 라고. 자 아무쪼록 사양 말고! 자자, 이 쪽이 오카베 세미나실의 명물, 센베이 방석입니다. 아무쪼록 앉아 주세요.
영차. 우후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교수님이 올 때까지 좀 더 걸릴테니까, 처언천히 얘기하죠!
아, 음료 가져올게요! 홍차라든지 다과라든지 그런 느낌있는 건 없는데요. 아, 그러니까, 아, 푸딩이 있네요! 호오인이라고 적혀있으니 먹어도 괜찮은 푸딩이에요. 정말, 일부러 어려운 한자 쓰지 말고 '오카베'라고 해두면 좋을텐데. ……두 개나 있나. 나도 먹어야지. 자 부디 부디. 네, 여기 숟가락이요. 제대로 설거지 하니까 안심해주세요. 아니면 먼저 음료수를 먼저 마시는 게 좋을까요? 아까 말한대로 닥페 뿐이지만.
잘 먹겠습니다. 하암. 으-응! 역시 푸딩은 맛있네요! 여름철 냉동실에 잠시 넣어둬서 찡찡 차게 만든 푸딩이나 젤리는 최고하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냉방 할게요. 절전 절전 소리를 듣다보니 선풍기를 들일 예정이지만 여기의 어디에 둘 생각일까요, 교수님은. 바닥 면적도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오카베 교수님 말이죠. 네, 역시 인기는 있어요. 털털하고 얘기하기 쉽죠. 자주상담해주시고. 발상도 재미있고. 저도 전에 졸업 논문 상담을 받았어요. 잘 걱정해주면서 상황은 어떠냐고 물어오세요. 덕분에 괜찮은 졸업 논문이 될 것 같습니다.
왠지 자연스럽게 이 세미나실로 발길이 갑니다. 특별한 용무도 없는데. 정신차리면 모두 모여 서 왁자지껄하고. 그리고 오카베 교수님이 오셔서. 이렇게 백의를 펼치며 후우~하하하! 모였군 랩멤버 예비군이여! 라고 합니다. 뭐랄까 랩멤버 넘버009를 찾고 있다면서 우리를 예비군이라고 합니다. 네, 모두 최선을 다해 거부하고 있습니다. 부럽다고는 생각 하지만요.
교수님의 그건, 인덕, 일까요. 카리스마라 하는 건 분해서 말하진 않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 같은 것이 있지요. 다만 그냥 보기에는 거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말과 행동으로. 하지만 이 세미나에 있는 모두가 오카베 교수님을정말 좋아하고 그리워해요.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래, 모처럼이니 세미나실에 오지 않으면 모르는 소중한 일급비밀 가르쳐 드릴게요. 여기로 와 주세요. 여기가 오카베 교수님의 주 책상입니다. 이봐요, 자, 여기 사진.
오늘은 랩멤버 사진이네요. 대학생 시절의 교수님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사진입니다.
네, 1주일 정도에 한 번씩 바꾸고 있습니다. 패턴이 3개 있어요. 마음이 내킬 때 바꾸는 것 같아요. 교수님은 이상한 곳에서 성실하네요. 저는 이걸 봤기 때문에 교수님 부인의 얼굴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사진, 일곱 명 밖에 안 나와 있는데 분명 랩멤버는 008까지 있잖아요? 꼭 여덟 번째 분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여기에 넣어두셨군요. 이번에는 진수 성찬입니다! 부디 봐 주세요! 한 장은 이것. 결혼식 사진. 드레스 정말로 아름답네요. 분명 미국과 일본, 어느 쪽에서 할까 크게 싸웠다고 예전에교수님께 들었습니다. 부인은 교수님의 가족이나 동료를 생각해서 일본을, 교수님은 부인의 연구실 동료나 어머님을 생각해서 미국을 권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야, 사이가 좋은 것 좋네요. 부럽습니다. 정사 이야기를 자랑으로 해대는 세미나실의 동정 남자에게 지쳐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다른 한 장이 이것. 교수님, 데레데레군요……. 따님은 아내분을 고스란히 닮아서 눈이 초롱초롱한 게 귀여워요. 아드님은 상당히, 라고 해야하나 꽤 미남이라……. 유지되겠네요. 꽤. 하지만 시스콘이라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이렇게 귀여운 여동생이 있으면 시스콘이 되는 겁니까~.
가족 사진 좋네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내 딸이 나를 논파했어! 대단하지, 장래가 유망하다고!"라면서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아 네. 솔직히 이 세미나에 있어도 괜찮나 불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버지라고도 생각했어요.
――저는 이 세미나에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정말 즐겁습니다. 이렇게 많이 대학에 오고 언제든지 반겨주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좋네요. 있을 장소가 있다고 할까. 그리고 그러한 장소를 만들어주는 오카베 교수님은 역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혼자라는 것은 유감이지만. 아, 저는 전혀 오카베 교수님에 대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안심해주세요. 그보다 어디까지나 애처가라서 불륜을 거절할거란 게 눈에 보이잖아요. 리얼충이라고 해야하나, 가정충이죠. 정말로.
아, 뭔가 제 얘기 뿐이라 죄송합니다. 괜찮다면 당신도 이야기 해 주세요. 당신이 알고 있는 오카베 린타로라는 인물을 저도 알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만남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프로포즈 이야기라든지. 그런 건 교수님이 전혀 이야기해 주지 않아서――
달칵.
"아, 교수님. 어서 오세~요"
"아아, 와있었니. 그런데 너 졸업 논문은……, 크리스?! 왜 네가 세미나실에 있지!"
"오, 오는 길에 이 아이가 안내해줬어!"
"네, 확실하게 환대했습니다. 대금은 이 푸딩으로 괜찮죠?"
"너는 또 사람의 푸딩을……!"
"오카베, 침착해. 너무 동요하잖아, 고작 푸딩 하나 때문에 아우성칠 것까진"
"네가 할 말이냐 크리스티나! 너도 한때 푸딩 하나로 소란을 피웠잖나!"
"누가 크리스티나야! 그건 벌써 시효야 시효! 몇 년 전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정말이지 속 좁은 남자라니까"
"애초에 넌 대체 뭐하러 온거야. 용건은?"
"당신, 아들 생일도 잊었어? 오늘 강의가 끝나면 선물 사러 가자고 약속했잖아"
"……바빠서 잊고 있었어"
"정말. 제대로 해줘, 아버지잖아"
"어머, 그랬나요? 그럼 전 이제 돌아갈게요"
"아, 졸업 논문 상담이군요. 미안해요. 실례했어요"
"아뇨아뇨 신경쓰지 않아요. 교수님 내일 점심 때 시간 있으세요?"
"괜찮다. 미안하네"
"신경 쓰지 마시고. 그러면 안녕히계세요"
퉁, 그렇게 문을 닫고 나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걷고, 다시 발소리를 내지 않고 같은 길을 돌아왔다. 세미나실의 문에 귀를 붙인다.
"이봐 그 푸딩 빨리 먹어. 네가 다 먹으면 간다"
"네네.……저기, 오카베"
"왜?"
"책상 위의 사진"
"!? 봤냐"
"봐버렸네요. ……애처가 오카베 린타로 교수님?"
"크……! 그 녀석, 쓸데없는 일을"
"후후"
"뭐야, 능글능글 웃고"
"능글능글하지 않아! ……다만, 그래.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해"
"……"
"뭐, 내 교육 덕분일까나"
"일을 정말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요리 솜씨와 가사는 세상의 일반적인 남편 이상이라는 자부심이 있겠지"
"미. 미안하게 됐네! 어차피 서투르고 마스터하는데 시간 걸렸네요!"
"……그거 말고 그 녀석에게 뭘 들은 거야"
"비밀. 그 아이, 밝고 좋은 학생이네. 이야기하면서 즐거웠어"
"그런가"
"아. 오카베, 자. 아~앙"
"음. ……맛있네"
"이건 어디 푸딩이지?"
"대학 근처에 가게가 생겼는데 거기의 인기 상품이라고 해"
"그런가. 그 아이들의 몫 사가야겠군"
"아아"
"……뭔데"
"뭐가?"
"여기에 있으면 랩에 있었을 때가 생각나"
"그런가?"
"응, 좀 그리워"
"……확실히 개성적인 놈들이 모이는 장소지"
"오늘의 당신이 말하는 스레는 여기입니까?"
"이 나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많은 전사들이 모이는 네오 랩이라고 할 수 있다"
"바~보. ……있지, 오카베"
"응?"
"여기서 키스하면 랩에서 키스했을 때의 기분이 들까"
"……예전에 '벼, 별로 너와 키스하고 싶은 게 아니야 네가 키스 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게 나쁜 거야!'라고 말했던 때가 그리운데"
"목소리 흉내내는게 기분 나쁜데. 하고 싶지 않으면 됐어. 이상한 말 했네요"
"기다려"
"꺄! 자, 잠깐 오카베……, 얼굴 가까워"
"유혹한 건 너잖아"
"그, 그렇지만 진짜로 한다니……. 좀, 기다려, 음, 기, 기다려. 읏, 바보. 쇼, 쇼핑가야 하는데, 안 돼,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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