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쓰레기처럼 너덜너덜 죽어 가는 시대다. 그런 것을 매일 확인해서 어떻게 한다는 건가. 그런 일로 시간을 낭비할 짬이 있냐는 비난을 담아 말하자 하시다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원래는 써클이었다는 이야기는 오카린에게 들었지?"
"아아, 일단. 자세히는 듣지 않았지만"
"너는 정말 타임 머신에 밖에 흥미가 없구만……"
하시다는 조금 기가 막힌 것처럼 말한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의자를 돌려 이쪽을 돌아 보았다. 만났을 때부터 하시다는 점점 야위어 갔고 이에 따라 인터넷 속어가 섞였던 어조도 점점 모습을 감추어 갔다.
"미래 가젯 연구소라고 했는데 말이지. 뭐, 매일 즐겁고 느슨한 과학 써클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거기의 동료였던 사람을 찾고 있어"
"? 없어진 건가?"
"응. 벌써 5년이 되었나.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지. 그 뿐"
5년이라니, 그것은 이제 절망적인 게 아닌가. 생각은 했지만 입에 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 안엔 그 정도의 윤리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카린의 소꿉친구였는데 코스프레 의상 만드는 취미를 가졌고 우리가 만든 가젯을 보고 대단하다든지 말했지. ……정말 좋은 아이였어. 입을 다물고 사라질 아이가 아니었어. 뭔가 사건에 휘말린 걸지도 몰라. 적어도 죽었다고 알게되면 포기할텐데"
"……그런가"
"응"
"이름은, 뭐야?"
"마유리. 시이나 마유리"
하시다는 조금 슬픈 듯이 눈을 감고 이쪽에 등을 돌리고 나서 다시 화면에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이제 이 랩에선 키보드가 사라졌다. 하시다가 손가락을 두는 장소가 자동적으로 키가 되는 것이다. 최근 반입된 이 최신 기기가 도대체 어디에서 공급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이 랩의 뒤엔 터무니 없는 부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카린은 잊고 있어"
"……응?"
당돌한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유 씨……그, 소꿉친구에 대한 걸"
"하?"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말이지,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어느정도 오카린과 소원해진 적이 있어. 그러다 어느날 뜬금없이 마유리가 어디갔는지 모르냐는 오카린에게 전화 걸려 와서 말이야. ……필사적으로 찾았어. 온갖 방법을 다 써서. 하지만 마유 씨는 발견되지 않았어"
하시다는 여기를 돌아 보지 않고 굉장한 기세로 여러 화면에 주목한다. 무언가를 뿌리치는 것 처럼 화면을 두드린다.
"그리고 조금씩, 오카린은 이상해져 갔지. 타임 머신을 만든다고 하기 시작했던 것도 그 무렵이야"
여러 에러, 인증 실패, 나는 모르는 문자열을 응시하며 하시다는 다시 화면에 손가락을 올렸다.
"뭐, 나는 그떄부터 계속 이렇게 마유 씨를 찾고 있었는데. 몇 년 전, 진짜 질렸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오카린에게 말했어. 역시 마유 씨를 찾을 수 없어, 찾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 녀석은, 뭐라고?"
컴플리트. 화면 가득 이번에는 어느 나라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자의 나열이 퍼져 간다.
"'마유리가 누구야?' 라더라"
하시다가 다시 무언가를 화면에 직접 박았다. 문자는 바로 나도 아는 영어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엔 일본어가 된다.
"그렇게 말하고 오카린은 엄청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오카린과 마유 씨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지. 뭔가 말하기 힘들어"
하시다는 정이 많은 남자다. 겨우 몇년을 함께한 나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하시다의 뒷모습에 대고 물어 보았다.
"……저기, 하시다"
"왜?"
"너는 왜 그 녀석의 말을 믿었던 거지? 타임 머신을 만든다는건 제정신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닐텐데"
"그 질문, 고스란히 네게 돌려주지. 나는…… 믿었다고 해야하나, 뭐랄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해야할까"
"……하시다는 호모?"
"내 신부는 아마네 씨, 가 아니라 유키 씨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그녀가 있던가. 이렇게 연중 지하실에서 해킹하고 있는 것 같은 남자의 어디에 반한 걸까 생각했다.
"그럼 동정인가"
"그것과도 조금 달라. 타임 머신 그 자체에 흥미도 있었고……, 아아, 그렇군"
"뭔데"
"오카린에겐 아무도 없어. 그래서인지 내버려둘 수 없었지. 내겐 유키 씨가 있지만"
"……티 내냐?"
"그럴지도. 뭐랄까, 지지 해주는 사람,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 있을 곳을 만들어 주는 사람. 오카린은 그런 사람을 잃어 버려서 아마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 거야.. 그렇기에 마유 씨를 잊어버린게 아닐까나"
"그럴까?"
"모르지. 억측이고. 그렇지만 어쨌든 마유시도 불쌍하니까 나라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느새 습관이 되어서 말이지, 이젠 하지 않으면 않으면 초조해" 하시다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천천히 화면을 대충 훑어보았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토해낸다.
"또 개전했군"
나에게는 '어디서' 라고 물을 기력이 없었다. 이미 신물날 정도로 들어온 일상의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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