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슝"
개발실의 PC에 가서 다음 미래 가젯의 힌트가 될 것을 찾던 오카베 린타로는 거실에서 들려온 재채기를 향해 대답했다.
"추우면 창문을 닫아도 된다고"
"……"
"크리스티나?"
대답없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거실 쪽으로 돌아보니 크리스가 소파에 앉은 채로 자고있었다.
독서를 하던 중 수마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일까, 책을 든 그대로다.
여름의 더위가 진정되어 가을이 순조롭게 깊어지고 있는 요즘, 창문을 전부 열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자고 있다간 재채기 하나쯤은 나온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그런 곳에서 자고 있으면 감기에 걸릴걸"
하지만 얘기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완전히 잠들었구만. 그러고 보니 어제도 늦게 잤다고 했던가'
이런, 하고 내뱉으며 창문을 닫고 살그머니 크리스의 손에서 책을 빼내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대로 개발실에 들어와도 됐지만 모처럼이나 소파 앞에 앉아서 새액새액하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있는 크리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기로 했다.
'일어나지 않……겠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있는 것을 들키면, 분명 화를 낼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았을 땐 맞고 사죄를 요구당했다.
논의가 최고조에 도달하면 들러붙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해 서로 노려보는 일도 있는데, 왜 맞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건가.
불합리한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다지만 다른 렙맴버 가라사대 그것이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인것 같다. 잘 모르겠어.
바라볼 때 빨려들어갈 것 같이 맑은 눈동자는 지금은 긴 속눈썹에 갇혀있어 볼 수 없다.
항상 냉정하고 이론적인 말을 내뱉는 입술로부터 편안한듯한 숨이 새어 나오고있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에 걸쳐있는 밤색 머리카락은 뒤엉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찰랑찰랑 흘러내리고 있다.
평상시의 어른스러운 언동으로 잊기 쉽상이지만 이렇게 자고있는 그녀는 그 나이대의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스러움이 북받쳐, 지루함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응시하게 된다.
이대로 쭉, 옆에서 이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있고 싶다.
크리스와 재회 한 후 그 날들의 기억을 생각해내겠지 싶어서 여러가지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혹은 끌어 안고 키스를 하면 생각해내줄까 생각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두었다.
언젠가 크리스가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때 시험하기로 하자. 음, 취미와 실익을 겸한 획기적인 실험이다.
다른 렙맴버와도 완전히 허물없는 사이로 즐거워하는 그녀를 보면 기억 따위는 없어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사랑스러운 나날이다'
아버지 외면당하고 주변엔 모두 라이벌이며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얼굴로 주위를 거부하던 그녀.
마음이 허락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것을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크리스…… 네가 전부 잊어도, 나는 잊지 않아"
그래, 나는 기억하고 있다.
"네가 준 말도, 눈물도, 키스도, 꼭 껴안은 신체의 온기도……"
라디관에서 떨고 있던 것도 내 마음을 받아 준 것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너와의 약속이니까……"
잊지 마, 라고 그녀는 말했다.
"아니, 약속 따위를 하지 않아도 잊을 리가 없는데"
절대로 잊지 않아, 라고 나는 말했다.
"너는 나에게 있어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니까"
이렇게 재회할 수 있었던 기적을 누구에게든 상관없이 감사한다.
살며시 뺨을 만진다.
"계속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계속, 너의 웃는 얼굴을 보고싶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 세계를 적으로 돌려서라도 나는 너를 지킨다. 이번이야말로 너를 선택할거야……반드시"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었지만 눈을 뜨면 귀찮아질 것이라 생각해 미련을 버리고 뺨에 대고 있던 손을 치우고 일어선다.
가볍게 꿈틀거리며 추운 듯이 몸을 말아 담요에 얼굴을 묻는 그녀를 보고 다른 담요를 꺼내 부드럽게 위에 덮어주고 개발실로 돌아온다.
'많이 쌀쌀해졌군. 난방용 가젯이라도 만들까'
이번 겨울도 그녀가 여기서 보내 주길 소원을 담아.
그리고…
'뭣? 뭐야?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중요라니,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대놓고 말해 준다면……이라니 뭘 기뻐하는 거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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