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2권의 주요 내용은 이드 제압에 얽힌 양 세계의 조직들과 전체적인 세계관 설정, 시뮬레이터 자매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기본적인 세계관과 인물상에 맞춰서 이야기가 전개된 느낌이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막 소개된 정도인지라 비중이 높지 않다. 시뮬레이터 자매의 이야기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도 된다. 뛰어난 언니를 넘어서고 싶은 동생의 활약상도 나오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미소라와 피아이기 때문에 그닥 인상깊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미소라도 이번 작품에선 활약을 해도 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게 문제다. 1권에서 세계관과 정통으로 연결된 피아를 진정시키다보니 2권에서 한 일이 미미해보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피아도 제 분량을 챙기긴 했는데 머리에 강하게 남지는 않더라.

전작들에 비해 라이트노벨적 색체가 짙어졌다. 생물학 용어가 다량 나오는 듯한데 오히려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황혼색의 명영사, 빙결경계의 에덴까지는 성적 어필이 그다지 없었는데 불완전 신성기관 이리스부터 조금씩 생기더니 본작에서도 나름의 서비스신이 나왔다. 물론 완전히 러브코메디를 표방하는 작품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고, 겨우 이정도인가 싶을테지만 나름 돌발​적인 이벤트도 이전 작품들에선 드물었던 터라 괜히 더 눈에 띈다.

캐릭터성에 있어서 피아는 이리스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다른 인물들은 전작들에서 비슷한 인물이 있어도 신경쓰이지 않지만 왠지 피아는 그렇지 않다. 이리스를 좋아하긴 했는데 겹치는 캐릭터가 다음 작품에 존재하니 미묘하다.

2권까지 진행되었지만 미소라의 스승 아나스타샤에 대해서는 의문점만 늘어난다. 5권 완결이니 적어도 4권에선 풀어줘야 할텐데.

황혼색의 명영사에서 나오는 명영식과 비슷한 설정에 대해 설명이 나왔다. 소환을 위한 촉매가 5색이며 그외 색의 소환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다른색의 특정한 촉매가 발견되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 쓴 촉매로는 다시 소환을 못한다. 명영식도 5색 명영이 기본이며 그밖의 색은 없다고 여겨졌지만 공백 명영, 야색 명영, 무지개색 명영, 회색 명영 등이 나타났기에 다른색의 명영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촉매의 재사용도 불가능하지 않다. 재사용은 가능하나 쓸수록 명영하기 힘들어진다는 설정이 있다. 어쨌든 소환도 기존 5색 명영과 비슷한 설정이다. 다른 색의 촉매에 대해 설명할 때 검은색, 보라색을 언급한 것에서 각각 야색 명영과 유환종을 떠올린 것은 여담이다.

사자네 케이 작가가 후기에서 세계 종언의 세계록에 대해 언급했다. 작가의 세계관에 관심을 가진 출판사의 제안에 따라 쓴거라 했던가, 어쩐지 그 세계관이 어디 가나 했다. 확실히 순수한 판타지물에 가까운 이야기다. 빙결경계의 에덴, 불완전 신성기관 이리스, 사이렌은 sf요소가 상당수 가미된 판타지였으니까. 하지만 같은 순수 판타지라고 해도 명영사와는 느낌이 다르다. 세계록은 요즘 라이트노벨에 더 가깝다. 사이렌의 친척뻘되는 책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요즘 그래도 이 작가가 최근 쓴 소설 중에서는 잘나가는 것 같고, 미디어믹스도 잘 될만한 줄거리니까 국내에 발매되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