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광고를 보고 <세계 종언의 세계록>의 키리셰가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본인이 나온다기보다는 피아가 그런 것처럼 바이오테스터의 몸에 세계록의 키리셰가 들어갔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웬걸, 정작 3권을 읽어보니 사이렌의 키리셰는 세계록의 키리셰에게서 이름만 따온 다른 인물이었다.
키리셰는 자신을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줬다 생각한 동생 카르라를 각별하게 생각했으나 실상 그 연구자들은 키리셰와 카르라를 그저 연구 대상으로만 보았고, 카르라를 실패작이라 폐기하려던 것이 키리셰의 역린을 건드려 키리셰는 인간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번 권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인간과 바이오테스터의 동등한 공존을 최고 가치로 치는 미소라가 주인공인만큼 전개는 불보듯 뻔했다. 당연히 키리셰와 카르라는 모든 인간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되고 공존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이다. 흔한 이야기지만 개연성 있는 짜임새로 흡입력은 전권보다 낫다.
중간중간 과학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사이렌의 배경상 흔한 요소다.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고 그런가보다 읽고 넘어가도 충분하다. 굳이 넣을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사이렌이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나마 가장 과학쪽에 무게를 둔 시리즈이므로 그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있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이 부분에 관심이 없다면 여전히 아무래도 좋은 설명들이긴 하다.
세계관적인 면에 있어서 이번 권은 역시 흥미로웠다. 키리셰와 카르라의 이름을 어디에서 따왔느냐는 것과 키리셰가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이유, 천사 피오라미리스와 정령, 피오라미리스가 키리셰에게 갖는 감정 등. 기대한대로 3권은 세계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대놓고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세계록에 따르면 천사, 마족, 용과 대다수의 인간은 정령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하는데 사이렌의 피오라미리스가 어떻게 정령을 사역했는지가 의문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이렌의 세계와 적의 목적, 세계록으로 추정되는 저편의 세계는 단편적으로 계속 언급이 되지만 아직까지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갈만한 큰 사건이 없다. 3권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게, 사이렌은 5권 완결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명확한 적의 존재가 필요해보인다. 복음기관이 존재하지만 얘들은 아직 뭐 하는 애들인지도 모른다. 적이라고는 해도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단지 5권 완결이라는 것과 현재까지 노골적으로 세계록 세계와의 관련됨을 부각시키는 것을 보아, 세계록의 외전으로 볼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작품의 차이점도 크기 때문에, 사이렌 저편의 세계도 세계록 세계와 닮았지만 사실 세라라는 구심점에 묶여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세계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여담으로 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인명 표기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황혼색의 명영사에서 나온 진정 카를라(용의 공주)와 사이렌 그리고 곧 등장할 세계록의 용제 카르라. 다른 작품까지 본다면 황혼식의 명영사 클루엘과 빙결경계의 에덴 크루엘이 그렇다. 외국어를 번역한 것이다보니 이런 차이점이 생겨서 아쉽다. 참고로 에덴의 크루엘은 작품 부제로 나왔던 거다. '비상공명-크루엘 샤우트'로.
'라이트노벨' 카테고리의 다른 글
S.I.R.E.N과 세계 종언의 세계록을 잇는 존재 (0) | 2016.02.28 |
---|---|
세계 종언의 세계록 2 감상 (0) | 2016.01.03 |
세계 종언의 세계록의 엘라인과 렌에 대해 (0) | 2015.10.29 |
사자네 케이 작품을 믿고 볼 수 있을까 (4) | 2015.10.28 |
세계 종언의 세계록 1 감상 (0) | 2015.10.03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