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서점의 한 선반 앞에 으응하고 신음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여성잡지가 줄선 거기에 남자가 있는 것 자체가 드물어서 저는 무심코 가만히 그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줄무늬의 품위있는 셔츠를 입고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헤어스타일은 앞머리를 올려서 왁스로 굳힌 것 같았고 턱에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키는 큰 편이었지만, 그런것 치고는 상당히 마른 분입니다.
저는 끈으로 묶은 잡지를 들고 그럼 어떻게 할까 한숨을 토했습니다. 그 남자가 있는 그 장소가 이 잡지가 놓일 자리인 것입니다. 한 번 계산대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잡지 꾸러미는 많이 무겁습니다. 돌아간다고 해도 남자가 간 뒤 다시 오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아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남자는 저를 보고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저는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그 배려에 가슴이 따뜻해져서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를 건네고 잡지를 그 자리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그 남자를 그 선반 앞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염 때문에 속았습니다만 꽤 잘생긴 분이어서 때때로 여자 동료들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잠시 그 선반 앞에서 부모의 원수인지 뭔지를 보듯이 지긋이 노려본 뒤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해내며 남성잡지로 향합니다. 서서 읽는 잡지는 오로지 경제 잡지와, 과학 잡지였습니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전화로 부탁받아 만화를 사는 것을 본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게에 들어오면 반드시 어떤 잡지가 있는 자리로 발길을 돌립니다. 하지만 좀처럼 살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도대체 언제 그 잡지를 사 가는지 저나 동료들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 우리 대학에서 본 적이 있어요. 엄청 젊은데 부교수가 되었다고 연구실에서 소문이 퍼졌어요"
그렇게 말한 것은 대학생 알바 여자애입니다. '능숙한 일상의 우체통이 빈 것 같아'라고 덧붙이고는 추가로 '뭔가 특허 받았다든가 그런 이야기도 들었지만'이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부교수가 된 건 언젠가요?"
"그거까지는 모르지만……. 아마 최근 몇달 전이라고 생각해요"
흐음, 하고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쩌면 부교수가 된 것을 계기로 그 잡지를 사려고 마음먹은 게 아닐까 생각하니 그 남자의 내면을 엿본 것 같아 훗하고 미소 지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내가 교대할 시간보다 조금 빨리 와버린 날이었지요. 언제나 그 남자가 있던 자리에 어느 여자가 있었습니다. 길고 아름다운 밤색 머리카락을 하프 업하고 몸에 딱 맞는 회색 팡탈롱 슈트를 입고 꼿꼿하게 등을 피고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처럼 어떤 잡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한 번 주뼛주뼛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습니다만 무게에 놀라 손을 떼고 말았습니다.
그 잡지는 분명히 여성을 의식한 잡지인데 무게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점에 오랫동안 근무한 저라도 두 권을 안는 것이 고작입니다.
저는 비닐에 싸인 만화책을 안고 그 여자의 바로 옆을 지나갔습니다. 여자는 여전히 그 잡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선반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계산대로 돌아가는 도중의 일이었습니다.
"미안, 기다리게 했나. 크리스"
언젠가 들은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순간 멈춰서 잡지를 정돈하는 척하며 대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래, 거기에 있던 것은 최근 부교수가 되어 항상 어느 잡지 앞에서 걸음을 멈추던 그 남자였습니다.
"오, 오카베?!"
"뭐야, 당황하고"
"야, 약속 시간보다 많이 빠르잖아"
"아아, 용무가 빨리 끝나서"
"그, 그랬구나. 자, 자 빨리 가자!"
"잠깐 기다려, 항상 사는 과학 잡지가 분명 오늘 발매되니 사갈게. 너도 뭔가 갖고 싶은 게,"
그리고 남자는 겨우 그녀가 보던 잡지를 알아차린 것 같았습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여성이 표지에 있는 결혼 정보지입니다. 여자가 들고가기에 무거울 정도로 두둠한 건 수도권에 결혼식장이 많아서일까요. 아쉽지만 전 아직 그 잡지를 읽은 적이 없습니다.
"……"
"아, 아닌걸?! 내가 보던 건 이쪽의"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가리킨 것은 계열 잡지의 해외 특집 무크였습니다. 물론 표지에는 웃는 얼굴로 서로 마주 보는 신랑 신부가 찍혀 있습니다.
"아, 아, 아니라니까!"
몹시 당황해서 목과 손을 내젓는 여자는 옆에서 보아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꼿곳하게 뻗어있던 자세가 엉거주춤해져서 살짝 보인 귀는 새빨갛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살그머니 시선을 남자에게 돌렸습니다. 남성도 딱딱하고 눈을 깜빡이면서 희미하게 뺨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상태가 별로인 안경 위치를 고치고 목 뒤편을 긁었습니다.
"……크리스"
"뭐, 뭐야?!"
"샀으니 돌아가자"
그것, 이라고 남자가 결혼 정보지를 가리켰습니다. 여자는 빠끔빠끔 입을 여닫으며 남자의 얼굴과 그 잡지의 표지를 몇차례 보고 비교했습니다.
"그, 그닥, 싫지 않아. 다만 나도 부교수가 되었고 함께 살고 있는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이제 슬슬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습니다. 좋아 가라, 힘내라! 하고 무심코 소리 내 응원하고 싶은 것을 억제하며 저는 새침한 얼굴로 잡지의 선반을 계속 정리했습니다.
오랫동안 망설인 뒤 여자는 살그머니, 남자의 셔츠 소매를 손끝으로 쥐었습니다.
"사, 샀으니, 돌아가자"
"……위에서 내려보는 거냐 건방진 조수 녀석"
"마, 말해두지만 이런 게 프로포즈라고 이, 인정하지 않으니까! 반드시 다시 해야해!"
남자가 네, 네 하며 대답하고 여자는 화를 내면서 그 결혼 정보지를 잡지 않은 반대쪽 팔에 꽉하고 매달리듯이 팔을 걸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 두 사람보다 먼저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입가를 우물거리고 여자는 부끄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웃는 얼굴로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저는 생긋 미소지었습니다. 이제 그 잡지 앞에 선 남자를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유감이었지만안타깝다고 생각한 게 사실이니 이걸로 됐다고 칩시다. 두번째의 프로포즈, 잘 되길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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